Posted On: September 7th 2025, 08:52 am
필더브랜드 - 출판사 무제
1. 불확실한 방의 문
불확실한 방의 문 앞에 서있다. 내 사전에 모든 불확실한 방을 찾아다니며 문을 열고 싶다. 문을 열면 두려움이 나에게 쏟아질 테지. 느릿하게 그곳을 기어나와 또 다른 불확실한 방의 문을 찾는다.
2년간 우리와 함께 불확실한 방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동행해 준 아임웹, 아영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인터뷰이에게 7살 때 일기를 낭독시키고, 초점이 전혀 맞지 않는 영상을 찍어보자고 했을 때도(에디션 덴마크 편), 20분간 단 1초의 인터뷰도 없는 관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도(더북소사이어티 편), 누군가와 통화만 하는 영상을 찍어보자고 했을 때도(만월회 편), 배우를 섭외해놓고, 배우의 얼굴이 점점 보이지 않다가 결국 암흑이 되는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도(무제 편) 그는 언제나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때론 걱정이 뚝뚝 흐르는 눈을 감추었다.
2. 대화
많은 사람이 모여, 움직이는 그림을 만드는 일. 잘린 손톱만큼이나 작은 물질이 된다. 나는 이걸 영상이라고 부른다. 이건 친구를 사귀는 대화 같은 거다. 이렇게 만든 움직이는 그림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갸우뚱하게 한다.
대화 앞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은, 대화 속 기쁨을 길어올리기를 포기한 가련한 자다. 가련한 자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우리가 우리이고자 한다면 대화해야 한다.
나는 대화할 수 있는 영상이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을 만든다는 것이 불확실한 방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의존하고, 조건없는 지지를 보내는 시간의 모음이길 바란다. 매번 실패하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것을 해보자고 다짐하는 일의 반복이길 바란다.
무릇 나라는 존재란 화단 구석에 뒤집어진 풍뎅이처럼 하찮지만, 가끔은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화가 하고 싶었고, 아임웹과 아영님과 열여덟 번 촬영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일부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콘아이스크림 같은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친구를 만들어주고,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최고도 아니지만 최악이지도 않으며, 녹아 사라지지만 달고 차갑고 단단한 기억이 되는. 그리고 그 기억은 마치 유년을 헤아리듯 아득했으면 좋겠다.
4월, 박정민 배우와 함께 불확실한 방의 문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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