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story viewer> @seo_swit> Post
a year ago
서울에서 이고 지고 온 짐들, 입고 들고 신으려고 가져온 것들은 대부분 무쓸모였다. 3주째 운동화에 만원짜리 가방. 비오다 맑았다 변덕이 죽끓는 제주처럼 나의 마음도 오락가락. 한달은 살아봐야 하는 곳이구나 싶다가도 1년이상 살았다가는 답답해서 죽겠구나. 이놈의 습기는 귀찮기가 보통이 아닌게, 더위가 다가 아니라 당장에 집 바닥이 들러붙고 매일이 곰팡이와의 전쟁이다. 반나절이 지나면 낑낑대며 물통을 비워야 하는 제습기를 24시간 돌려야 그나마.
그래도 저 그림처럼 펼쳐진 하늘을 보면- 구름이 깔렸다하면 장관이고 달이 떴다하면 휘둥글한 - 마음이 푹 풀린다. 이국의 것과도 같은 풀은 우거지고 노을 속에 야자수가 춤추면 내 마음도 요란해진다. 이곳은 왜 이렇게 다양한 냄새가 나는거야. 코가 예민한 나는 한편 불쾌하면서도 이 다채로운 향기들이 자꾸 짙은 기억을 빚는것이 웃긴다.
도무지 모르겠다. 서울에서의 내가 누구였는지, 이곳의 나는 누군지. 괜히 내려왔다. 이건 향수가 아니다. 돌아갈 사람의 미련이고, 앞으로 조금 앓을 병이다. 
나는 여기서 1년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안될것 같아, 제주에 사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서울에서는 못 살아, 친구가 말했다. 제주는 그런 곳이라는걸 알았다. 좀 이상한 거울같은 섬. 눌러앉아보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만 같은, 아니다, 어쩌면 반대로 누구였는지 도통 모르게 되는 곳이려나. 누군가에게는 잠깐이래도 삶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게는 오래 머물러도 그저 타지고 일탈인. 남편은 말했다, 사람들은 어쩌다가 여기 살게 됐을까. 우리나라 최남단 끝에. 그 말이 조금 쓸쓸하게 들렸던건 이곳이 외딴 섬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외딴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무뚝뚝한 섬은 날씨는 시건방질지언정 감히 입을 열지 않는데도 흘러들어온 사람은 그저 깨닫는다. 내가 이방인인지, 아니면 섬 밖에서 이방인이었는지.
어떨까? 노을과 하늘과 별과 구름에 미치는 나는. 매일 질리지도 않고 바다에 감탄하는 나는 어쩌면 그래서 이방인인걸까, 제주의 아름다움이 도저히 내 일상이 되지 않는 걸까. 돌아가야 한다. 번잡하고 시끄럽고 지긋지긋한 그리운 서울에 그 모든 이고 지고 왔던 무거운 내 짐들과 함께. 거추장스러워도 내가 좋아하는 이 모든 무쓸모함이 필요한 서울로.
그때까지는, 나는 꽤 친밀한 이방인이 되어볼 생각이다. 앞으로 며칠 남지않은 제주살이를 온눈으로 온마음으로 즐겨봐야지. 이 짧지않은 여행이 나에게 무엇으로 남을지 기대가 크다.
2
Posted On: September 19th 2025, 12:08 am
서울에서 이고 지고 온 짐들, 입고 들고 신으려고 가져온 것들은 대부분 무쓸모였다. 3주째 운동화에 만원짜리 가방. 비오다 맑았다 변덕이 죽끓는 제주처럼 나의 마음도 오락가락. 한달은 살아봐야 하는 곳이구나 싶다가도 1년이상 살았다가는 답답해서 죽겠구나. 이놈의 습기는 귀찮기가 보통이 아닌게, 더위가 다가 아니라 당장에 집 바닥이 들러붙고 매일이 곰팡이와의 전쟁이다. 반나절이 지나면 낑낑대며 물통을 비워야 하는 제습기를 24시간 돌려야 그나마.
그래도 저 그림처럼 펼쳐진 하늘을 보면- 구름이 깔렸다하면 장관이고 달이 떴다하면 휘둥글한 - 마음이 푹 풀린다. 이국의 것과도 같은 풀은 우거지고 노을 속에 야자수가 춤추면 내 마음도 요란해진다. 이곳은 왜 이렇게 다양한 냄새가 나는거야. 코가 예민한 나는 한편 불쾌하면서도 이 다채로운 향기들이 자꾸 짙은 기억을 빚는것이 웃긴다.
도무지 모르겠다. 서울에서의 내가 누구였는지, 이곳의 나는 누군지. 괜히 내려왔다. 이건 향수가 아니다. 돌아갈 사람의 미련이고, 앞으로 조금 앓을 병이다.
나는 여기서 1년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안될것 같아, 제주에 사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서울에서는 못 살아, 친구가 말했다. 제주는 그런 곳이라는걸 알았다. 좀 이상한 거울같은 섬. 눌러앉아보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만 같은, 아니다, 어쩌면 반대로 누구였는지 도통 모르게 되는 곳이려나. 누군가에게는 잠깐이래도 삶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게는 오래 머물러도 그저 타지고 일탈인. 남편은 말했다, 사람들은 어쩌다가 여기 살게 됐을까. 우리나라 최남단 끝에. 그 말이 조금 쓸쓸하게 들렸던건 이곳이 외딴 섬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외딴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무뚝뚝한 섬은 날씨는 시건방질지언정 감히 입을 열지 않는데도 흘러들어온 사람은 그저 깨닫는다. 내가 이방인인지, 아니면 섬 밖에서 이방인이었는지.
어떨까? 노을과 하늘과 별과 구름에 미치는 나는. 매일 질리지도 않고 바다에 감탄하는 나는 어쩌면 그래서 이방인인걸까, 제주의 아름다움이 도저히 내 일상이 되지 않는 걸까. 돌아가야 한다. 번잡하고 시끄럽고 지긋지긋한 그리운 서울에 그 모든 이고 지고 왔던 무거운 내 짐들과 함께. 거추장스러워도 내가 좋아하는 이 모든 무쓸모함이 필요한 서울로.
그때까지는, 나는 꽤 친밀한 이방인이 되어볼 생각이다. 앞으로 며칠 남지않은 제주살이를 온눈으로 온마음으로 즐겨봐야지. 이 짧지않은 여행이 나에게 무엇으로 남을지 기대가 크다.
Comments (2)
muri_mat a year ago

muri_mat

도시의 아스팔트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제주 가서 한달살기를 해보니 또 그렇게 전원생활에 적응하게 되더라고요. 좋은시간 보내고 오세요🤍

More posts

back to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