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September 22nd 2026, 05:54 am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산수동에서 미로를 운영했던 김진환입니다.
보내주셨던 사랑에 대해 마땅한 도리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그 작별이 석연치 못했음에 항상 마음에 짐이 있었습니다.
왜 폐업했는지, 그 이후에는 뭘 하고 지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등 제 얘기를 좀 들려드리고 싶고 희망차게 살 수 있게 응원도 좀 받고 싶어서 이렇게 게시물을 작성합니다. 사진은 글의 순서에 맞게 서사적으로 몇장 올려놓을게요.
4년가량 미로를 운영해오면서 나름대로의 큰 책임감과 욕심들이 저를 갉아먹었던 것 같습니다.
3년차에 접어들며 서서히 영업시간동안 수시로 광장공포증으로 인한 공황발작이 왔고,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공황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그 상태로 1년간 영업을 더 해오다가 폐업을 결정하고 6개월가량은 공황장애로 집밖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몇개월간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다가
좋은 기회로 녹차 농사를 짓게 되었어요. 시골 집을 얻어서 귀농 후 차 농사, 청국장, 장아찌 등을 1년 6개월정도 했습니다. 지역농협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안만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오고 점차 좋아진다는 희망을 가질 때쯤
골수성백혈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다행히 가속기 전인 만성기인 상태로 일찍 발견을 했고 바로 집중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공황장애가 이제야 점차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고, 참 억울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백혈병을 진단 받고 나니까 공황장애의 양상이 바뀌더라구요.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시작됐습니다.
아무래도 백혈병 자체가 저에겐 존재하지 않는 위협보다는 실재하는 위협이었던 모양이에요.
당연히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우울증은 동반됐구요.
치료 초창기에는 무분별하게 미성숙한 혈구를 만들어내던 골수때문에 혈장교환술(투석 비슷한 것)로 거르는 치료, 표적항암제, 하이드린을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때가 몸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백혈병에 걸렸다는 자각과 인지도 필요하고 앞으로의 자리매김을 하는 동시에 정신없이 치료가 이어졌습니다.
적당히 치료가 진정되고 나니 2차 표적항암제인 스프라이셀이 부작용이 심해지고 약효가 줄어드는 불내성 판정을 받게 됩니다. 이때는 마음이 제일 힘들었어요. 매일매일 채혈한 피검사 수치가 온가족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결국 2달전쯤 3차 표적항암제인 아이클루시그로 변경하고 지금까지 일주일마다 약으로 인해 촉발된 골수억제로 부족한 혈구들을 수혈받으면서 약간은 원만한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언제까지 해야하나, 난 이 병이 완치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나 하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저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지금은 심리상담도 받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여러가지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기밀 사장님이 좋은 기회 주셔서 첨단 포이어에서 좋은 팀원들과 합도 맞춰봤고, 할로윈때 아오모모에서 으뜸브루어스랑 이런저런로스터리랑 팝업도 하기로 했고, 치료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혹시 미로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나
저와 좋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싶어요.
10월 30일에 아오모모에서 하는 팝업에서 뵙고 싶어요.
맛있는거 해드릴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에 많이 소문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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