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October 27th 2026, 11:17 pm
경복궁 담벼락의 은행나무가 제법 짙은 노란색을 띄고 있는 것을 보고 아름지기와 함께한 이번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름지기 전시는 항상 은행나무가 가장 푸르를 때 시작하여서 짙은 노란색이 되어 절정을 이루고, 그 잎이 하나 둘 씩 떨어질 즈음에 전시의 막이 내려간다.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서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치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마에 이렇게 다양한 생각과 표현이 그리고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지만, 온지음의 전통 치마의 재현 프로젝트는 오랜 연구와 원단을 직조하는 본질로부터 시작 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온지움뿐만 아니라 르쥬, 지용킴, 제이든초 3명의 현대 패션 디자이너의 섬세하고 밀도 높은 작품들을 위해서 우리들이 선택한 것은 하얀색 그림자가 되는 일! 어쩌면 사랑도 깊이 사랑하는 일에는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공간이 말하지 않고 침묵하면서도 훌륭한 작품에 그저 하얀 그림자가 되어 헌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못이며 단추며 한지로 만든 삼각 풍선의 캡션이며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아직도 나의 사랑이 깊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큰 가름침을 준 것은 자수 치마의 속치마가 아무도 보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정성이라는 것, 참여하신 작가님 모두 그간의 시도와 정성이 얼마나 깊은 사랑인지를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올 여름 유난히 부족함을 많이 발견하게 된 나에게, 존경심을 가지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알게 되는 일이라는 것도 이번 전시가 나에게 준 커다란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