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October 17th 2026, 08:33 am
노영희 선생님의 음식은 조선시대 하얀 조각보를 닮았다.
재료를 아끼는 마음과 정성, 소박한 아름다움이 담긴 우리만의 소중한 문화. 단순히 멋들어진 한식 정찬이 아닌, 그 너머 제철 재료를 기교없이 표현하는 순수함(purity)과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존재하는 맛.
얼마 전 점심 코스에서는 가을의 맛을 입안 가득 담았다. 먹고 난 후 속도 마음도 한결 편해진 느낌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식사가 끝난 후 선생님 작업실에서 이어진 대화는 개인적으로 반가 음식에 대해 한발 가까이 다가간 계기가 됐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반가음식이란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성을 다하되 과한 치장을 하지 않는 깨끗한 음식에 가깝다. 발효와 저장의 지혜, 즉 시간의 힘에 기댄 음식이기도 하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음식의 맛과 모양, 예법을 지키며 정갈하고 단정하게 만들어가는 것. 오랜 세월 반가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선생님의 요리에 1차원적인 맛이 아닌 ‘정신’이 스며있는 이유다. ‘우리집 요리사’로서 부지런히 제철 요리를 하는 나의 일상 또한 기특하다며 들어주신 요리대가의 너른 품, 푸근한 표정도 기억하고 싶다. 오래오래 아름다운 요리해 주시길. 고민했던 ‘한국의 럭셔리‘(korean luxury)를 찾은 기분이다.
*마지막 사진은 2년 전, 구례 쌍산재에서 본 조각보 풍경. 선생님 요리를 먹는 순간, 이곳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