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October 31st 2026, 12:34 am
상황이 어려울수록 씩씩하게 돌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예하의 보람 대표님이 그런 부류에 속한다. 오래 전부터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쉽게 손대기 어려운, 독특한 한옥이었다. 한옥의 틀을 가지고는 있지만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여러 차례 개조가 이루어진 공간. 그런데 그녀는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사실 도전적인 선택을 좋아하는 그런 점이 나와 닮아있다고 생각해, 그녀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삐뚤빼뚤한 한옥을 많이 고치지 않는 선에서 깨끗하게 다듬고 정리하는가하면, 대나무를 사다가 전통 방식으로 직접 가리개와 발도 만들었다. 목소리가 푹 쉴만큼 고된 시간이었을텐데, 그 여정이 재미있었다고 갈무리하며 맛있는 감과 차를 내오는 사람. 그렇게 완성한 ‘이예하 서편(緖編)‘ 에서는 지금 한창 이종국 작가의 전시 ‘종이 서편‘이 열리고 있다. 종이라는 소재와 퍽 잘 어울리는 한옥의 시작이다.
닥나무를 심고 한지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자연의 시간을 예술로 전환하는 작가는 한국 전통 한지의 가능성을 다양한 현대 조형예술로 확장하는 자연주의 작가다. 포근하면서 질기고 아늑하면서도 강인한 소재.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생명력을 지닌 우리 한지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여기에 갤러리 바노프의 진귀한 이사무 노구치 오리지널 피스들이 공간에 운치를 더한다.
오래된 한옥이 그러하듯, 한지 역시 시간이 쌓일수록 깊어지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두 존재가 만나 만들어내는 따듯한 풍경에 마음이 기운다. 앞으로도 세상의 숨어있는 실마리를 엮어가며 사람들의 온기와 손길을 천천히 쌓아가기를, 그리하여 또다른 이예하의 우주가 만들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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