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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소설, 한국소설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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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6

파과_구병모
5/5

 조각은 베테랑 노인 여성 방역업자이다. 방역이란 의뢰를 받아 누군가에게 벌레 같은 존재를 없애버리는 일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 예전과 같지 않은 그의 신경을 긁는 이가 나타난다. 젊은 남성 방역업자 투우.

 투우는 조각과 마주치는 일도 거의 없는데 매번 시비를 걸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의 일까지 방해하기 시작한다. 조각은 대체 이 아이가 자신에게 왜 이러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다.

 반면 투우는 조각이 누군지 알고 있다. 그의 젊은 시절을 알고 있다. 그를 다시 만난 이후 모종의 이유로 조각에게 집착한다.

 조각은 어느 날 개를 한 마리 데려오게 된다. 
 그리고 그 개에게 '무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서는 매일 단속하던 문을 열어두고 집을 나설 땐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한다.
 시장에서는 화목한 조손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며 부러운 감정을 느끼고, 방역 일을 하다가도 보통 사람들과 같은 소모적이고 인간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약해진 것일까, 투우는 그런 조각을 보고 분노가 섞인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제 내가 당신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내가 당신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이제 내가 당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킬러 할머니가 주인공이라니 너무 궁금해서 집어 들게 된 책. 
 작가님 특유의 문체인지, 주인공이 나이가 든 노인이기에 그런 것인지 서술이 길고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들이 꽤 자주 사용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처음 읽는 동안은 조금 불편했지만 조금 적응된 후부터는 재미있었다.

 ⚠️지금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책을 읽으며 투우가 조각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복수심인가 싶었으나, 조각이 감정적으로 무뎌지고 약해진 모습(과거와는 다른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분노하는 것을 보니 그 분노의 이유가 단순한 복수심은 아닌 듯했다.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자란 투우에게 조각의 무심한 보살핌은 꽤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 같다.
 결핍에서 오는 집착. 어쩌면 그 속에는 삐뚤어진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담겨있을지도 모르겠다. 채워져야 할 것이 채워지지 않아 겉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속으로는 어린아이인 투우.

 조각의 집에 있던 오래된 냉장고. 부품이 단종되었고, 고장 났고, 교체가 필요한 그런 오래된 물건. 조각을 비유하는 표현이었다. 조각이 데려와 키우고 있는 노견 무용을 비유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 그 말이 이런 말이었나 보다. 
 조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오래된 것들에 대한, 언젠가 사라질 것들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는 것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은 낡는다. 닳는다.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빛나는 순간은 길지 않다.

 그것이 현재를 충분히 느끼며 살아야 할 이유를, 모든 오래된 것들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볼 필요를 알려준다.

 결국 모든 것들이 도달할 마지막 목적지는 소멸이기에.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 바닷가에 살지 않는 사람뿐인 것처럼. 손 닿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감각을 향한 대상화. 96p

📌"언젠가 필요한 때가 되면 너는 저리로 나가. 그리고 어디로든 가. 알겠니. 살아 있는데, 처치 곤란의 폐기물로 분류되기 전에." 138p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꼭 남더러 갈 곳을 끈질기게 묻더라. "221p

📌버릇없어 보이지만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알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그 아이가 부럽다고 생각하며. 341p

📌사라진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342p

#파과 #구병모 #독서 #북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북스타 #책추천 #책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소통 #맞팔 by @_are_you_alone
39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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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0

나주에 대하여_김화진

4/5

영화 포스터 같은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나주에 대하여>. 보통 단편집의 경우 표제작이 가장 마음에 깊게 남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꿈과 요리>, <근육의 모양>이 가장 좋았다.

 '좋아하는 것의 곁에 있는 일. 바라는 건 언제나 그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있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김화진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소감이다. 이 한 문장이 여덟 편의 작품 속에 다 녹아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2️⃣ 나주에 대하여
 나주는 '나'의 남자친구 규희의 전 여자친구이다. 나주의 SNS를 염탐하는 '나'를 지켜보는 것이 솔직히 께름칙했다. 나는 나주를 사랑하며 동시에 미워한다.

📌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으므로.'(61p) 

 이 이야기는 결말까지 찝찝한 기분을 쭉 가져가며 끝난다.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작품. 

3️⃣ 꿈과 요리
 서로 많이 다른, 어쩌면 정 반대라고 느끼는 수언과 솔지 두 친구의 이야기다.

 📌'수언은 속으로 혀를 찼다.'(95p), '나는 너를 언제나 부러워했고 좋아했는데'(111p)

 친구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질투심, 자격지심과 같이 드러내기 부끄럽고 미묘한 감정들이 잘 드러나 있다. 
 서로 다른 점을 좋아하고 부러워하지만, 그래서 질투하고 한심해한다. 두 친구는 각자의 못난 마음을 숨긴 채 지내오지만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정말 몰랐을 리 없다. 모른 척했을 뿐.

📌 '수언은 항상 솔지의 설익은 상태를 목격해 왔으나 영영 설익은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늘 가고 싶은 쪽으로 가 있었다. (중략) 솔지의 요리는 이제 수언에게 항상 맛있었다.'(114p) 
 나날이 발전하는 솔지의 요리실력은 수언의 '척'을 한 겹 깨게 만든다. 비로소 솔직해진다. 

4️⃣ 근육의 모양
📌 '그 사람은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자기 모양을 바꿀 때마다 내 마음의 모양도 바뀌어. 따라서 싫었다 좋았다 하게 돼. 그게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이 내 모양을 바꾸는 걸 더 보고 있을 힘이 이제 나에게는 없어.' (132p) 

 은영이 상사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며 한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가는 문장이었다. 

📌 '예은은 은영이 아는 사람 중 가장 서브텍스트가 없는 사람이었다. 있는 그대로 말했고 말하지 않는 것을 알아달라고 하지 않았다. (중략) 예은은 행간을 읽어내는 데 지쳐 있던 은영에게 유일한 숨 쉴 곳이었다.' (134p) 

 '알잘딱깔센.', '눈치 챙겨.' 한국인들은 서브텍스트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상처받고 힘들어하더라도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붙이는 은영이 좋다.

7️⃣ 쉬운 마음
📌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240p)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야기.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용자체는 너무 전형적이어서 아쉬웠다.

-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못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한 번씩 꼭 티를 내고 마는 사람.' 나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아니 우리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이유 없이 좋아졌다고 말하곤 한다. 나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들이 못난 마음을 담고 있어서, 그래서 좋다.

💭 퀴어 장르의 단편이 연달아 몇 편 나오는데 대체적으로 아쉬웠다. 퀴어라서가 아니다. 퀴어가 수단으로 사용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부분도,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물론 나는 당사자가 아니라 많은 말을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졌다.

#나주에대하여 #김화진 #독서 #북스타그램 #책추천 #책 #책스타그램 by @_are_you_alone
23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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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2

모순_양귀자
3.5/5

 스물다섯 살의 안진진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생계획표대로 움직이고 자신감 넘치는 나영규, 들꽃을 보고 눈물짓는 섬세하고 다정한 김장우.

 나의 남편이 될 사람은 누구일까?

-

 <모순>은 1998년 작품으로 스물다섯 살 결혼적령기의 여성 안진진이 결혼상대를 찾는 이야기다. 
 일란성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는 결혼한 이후 정 반대의 삶을 살게 된다. 남들이 보기에 불행에 가까운 사람은 어머니, 행복에 가까운 사람은 이모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139p) 
어머니는 온갖 불행이 닥쳐올 때마다 그 일을 한껏 부풀린 후, 에너지로 바꿔내는 사람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일본고객 유치를 위해 일본어 교재를 찾아 읽고, 아들이 사고를 쳐서 경찰서에 잡혀갔을 때는 법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면서.

 그러나 이모에게는 해결해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극복할만한 불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모에게는 가장 큰 불행이었다.

 이모의 딸 주리와의 대화에서 두 삶의 대비가 잘 드러나있다. 
📌'그건 옳지 못한 거야,라는 주리의 관용구. 주리는 바로 그 관용구 밑에 숨어서 더 이상은 세상 속으로 나오지 않을 모양이었다.'(162p) 
 주리에게는 불행이 없다. 주리는 부유한 집에서 자라 해외로 유학을 갔기에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작은 우물 안에 갇혀있기도 하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다른 삶을 알지 못한다.

 안진진은 주리를 보며 아버지가 자신에게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 주었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닥친 불행을 헤쳐나간 것은 결국 어머니임에도 어머니는 거세고 억척스럽다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하고, 오히려 아버지를 더 사랑하고 연민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역시 하나의 모순일까.

📌 '이모부 같은 사람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이모의 낭만성을 나무라는 것이 내게는 훨씬 쉽다. 그러나 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낭만성에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213p)

 안진진은 이모를 사랑했다. 그러나 이모와 달랐다. 자신에게, 어머니에게는 없는 낭만성을 가졌기에 이모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랑을 할 때 꼭 나와 다른 점에 이끌려 사랑을 시작하고, 그 다른 점이 결국 이해되지 않아서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모순이지만, 당연하지 않은가.

 남편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나영규와 김장우가 대비된다. 나영규는 현실, 김장우는 몽상이라 표현된다. 

 나영규는 모든 데이트 계획을 짜두고 그것을 실행하는 스스로에게 만족해한다. 확실한 J성향을 가진 사람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을 짤 때 의사를 묻지 않는다.
 반면 김장우는 '안진진, 괜찮아?'를 연발하는 섬세한, 사진을 찍으러 훌쩍 자연으로 떠나는 낭만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번 돈을 모두 쓰며 형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 안진진은 나영규 앞에서는 솔직하다. 자신의 부끄러운 가족사를 다 털어놓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김장우 앞에서는 솔직하지 못하다. 더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포장한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199p) 
김장우는 사랑이었다. 과연 남편은 누구일까?

📌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중략)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273p)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보다는 모순적이고 감정적이다.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에게 로봇 같다, 피도 눈물도 없다고 말한다. 감정이 있는 이상 모순은 당연하다. 결국 인생자체가 하나의 모순이다.
 어떤 사람들은 결말을 두고 반전이라 말한다. 하지만 내겐 자연스러웠다. 모순이 그렇듯이.

#모순 #양귀자 #독서 #북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북스타 #책추천 #책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소통 #맞팔 by @_are_you_alone
27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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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7권째.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기록해야할지 감이 안잡혀서 우선 책쪽님 스티커 사면서 본 독서기록 따라서 한달째 기록 중✍️ by @_are_you_alone
70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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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충 사육 준수 사항_김혜영
3.5/5

1.  강주원 x 정소율 이숙캠에 출연해야 할 듯.

2. 오경혜 x 안영돈 피해의식, 미친 사람들.

3. 우리의 주인공 김정한은 노답 답답이, 레전드 회피형.

4. 신정수는 왠지 모르게 비호감이었는데 역시나.

5. 양미주는 불쌍하고, 신언주는 멋있었다.

 정한이와 그 외 단톡방 인물들 6명 모두에게 참 정이 안갔다. 평소였다면 공감하며 읽었을 문장들도 그저 변명같고 아니꼽게 보이는 마법. 불쌍한 사람은 끝까지 불쌍했다.
 처음에는 정한이의 태도가 너무 답답했는데, 다 읽고나니 더 비호감인 인물이 많아서 정한이가 선녀였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나의 망한 조별과제 같기도 하다.

 가장 큰 장점은, 잘 읽히고 재미있다. 가독성 좋은 소설.
소설의 후반부는 좀비영화를 보는 듯 스펙타클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 만큼 징그럽지는 않았다. (표지는 아직도 징그러워요 으으윽)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가상과 실제가 섞일 때 몰입이 깨졌다. (아이유와 미엘... 미엘 누구세요?) 그리고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이런 결말은 열린결말이라고 봐야할까?

P.s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마!!!!

🙆‍♀️ 킬링타임용으로 추천합니다. 
➡️ 도서관 대여가 어려워 모바일 <온책방>에서 대여해 읽었는데, 웹소설 읽듯이 술술 잘 읽혀서 오히려 좋았어요.

🙅‍♀️ 등장인물에 정이 잘 안 붙습니다.
➡️ 주인공이 답답하고, 주변사람들도 이상해요. 

📌서른 즈음 뭐라도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 이 세계에선 평생 동안 타인보다 내가 더 잘난 부분을 증명하며 살아야 한다. 어떤 것이 좋아서, 혹은 잘하고 싶어서 하는 건 시간 낭비거나, 사치거나, 등신 짓이거나 셋 중 하나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그런 짐승들조차 결국 통제 가능한 존재로 여긴다. 철창 너머에 있다는 이유로, 혹은 오랫동안 그래왔다는 이유로. 사람을 찢어발기는 곰도 귀엽게 포장된 인형이 되곤 하니까. 위험은 언제나 매뉴얼로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안전한 범주에 모든 것을 가두고는 스스로 안도한다. 우리가 길들이지 못할 것은 없다는 환상, 우리가 만든 것은 반드시 우리 편일 것이라는 기만.

📌 지난날을 톺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제대로 살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았다. 그 모든 걸 거부하고 여기까지 온 건 나였다. 모두 다 내 선택이었다. by @_are_you_alone
55
11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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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국내편 1&2]_이우혁
3/5

 작년에 영화로 <퇴마록>을 처음 접했다. 최근에 다시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원작소설은 무려 본편만 14권에 외전까지 있다기에 우선 2권을 빌려 읽어봤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알게된 것. 영화화된 내용은 겨우 첫 100페이지정도의 분량이었다. (세상에나)

 영화로 볼 때는 내용의 흐름이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책은 술술 읽혔다. 국내편의 첫번째 챕터 <해동밀교>는 박신부와 준후 그리고 현암의 첫만남(영화에 나온 내용)을 그리고 있으며, 그 후로 셋이 함께 악령의 소행이라 의심되는 일들을 해결해나가는(퇴마하는) 이야기이다. (이후에는 승희라는 캐릭터도 합류하여 총 4명이 주인공이다.)

 각 에피소드별로 새로운 악령들이 나온다. 기도하고, 주문을 외우고, 검으로 베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 악령을 퇴치하는데 퇴마 장면보다는 사연이 풀리는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국내편 1>은 주인공들의 첫 만남부터 그들이 함께 여러가지 영적인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이고, <국내편 2>에서는 비중이 큰 중심 에피소드가 영화 <파묘>가 떠오르는 내용이어서 흥미로웠다.

 한가지 아쉬웠던(혹은 불편했던) 부분은 <국내편 1> 에서 여성들은 악귀에 의해 성폭행(윤간)을 당하거나, 생전에 당했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심지어 끝부분에는 '색귀'까지 등장한다. 그래서 이후에도 계속 이런 전개일까 하는 걱정이 들어 지피티에게 물어봤다.

 지피티 왈, 1990년 초반(내가 태어나기 전..) 장르소설이다보니 그 시대 공포, 괴담물의 특성상 수위가 높고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건 맞다고 한다. 특히 국내편의 경우 괴담집같은 형태를 띄고있어 더 그런 편이라고. 
 하지만 세계편·혼세편·말세편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규모가 커지고, 퇴마사 세 사람의 관계와 세계관, 큰 사건을 따라가는 비중이 커진다고 하니 지피티의 말을 믿어보고 조금 더 달려봐야겠다.

🙆‍♀️오컬트 좋아하세요?
➡️ 검은사제들, 곡성, 파묘 느낌의 오컬트 판타지 소설

🙆‍♀️ 시리즈물 좋아하세요?
➡️ 본편만 14권 + 외전 + 최근 2부 <신 퇴마록> 나오는 중...

🙅‍♀️가톨린 신자라면...
➡️ 주인공 중 한명이 파면당한 사제이고, 퇴마장면이 판타지적으로 묘사 되는 편입니다. 종교적으로는 안 좋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잘 몰라서 재밌었어요.)

🙅‍♀️시대적 한계...
➡️ 1990년대 초반 장르소설이기에 본문에 설명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해요. (항마력도 조금 필요합니다.)

📌 
세상에 과연 절대적인 선과 악이 있는가? 608p <국내편 1>
📌 
"아깝습니다. 모든 목숨은 아깝습니다. 너무도 아까운 것입니 다. 이미 두 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더 죽어야 하겠습니까?" 
-
"세상에는 수많은 목숨이 죽기만 기다리고 있어. 발길에 차이는 것이 사람이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것도 사람이여. 그런 데도 그들의 목숨이 아까운 거여? 434p <국내편 2> by @_are_you_alone
60
1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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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독서목록📚

1️⃣해파리 만개_김초엽
2.5/5

 동화같은 소설이자 시집같은 소설. 술술 읽히고 어딘가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명확하고 친절한 글을 좋아하고, 어떤 글을 읽더리도 늘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아내려 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 나에게 잘 맞는 책은 아니었다. 평소 좋아하던 김초엽작가님의 책이어서 기대했기에.. 아쉬웠다.

2️⃣옥상에서 만나요_정세랑
3.5/5

 첫 페이지부터 너무 익숙해서 '조금 읽다 말았었나?' 하며 읽기 시작했다. 세번째 표제작에서 읽었던 책이란 걸 확신했다. 이렇게 기록의 중요성을..🤦‍♀️

 아무튼, 가장 인상 깊었던 편은 <보늬>였다. 이 작품은 보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동생과 그 친구들이 함께 '돌연사net'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남겨진 사람들이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 연결되며, 누군지 모를 타인의 이름을 보고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 어깨를 나란히 붙이고 잠시 그러고 있을 때, 양쪽을 킁킁대보았으나 눈물 냄새는 나지 않았다. (중략)
 들렸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에.
 우리들의 그 아픈 네트워크에 하얀 점들이 등록되는 소리가. 142p <보늬>

3️⃣비행운_김애란
2.5/5

 읽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두번째 작품을 읽기 시작했을 때 부터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더 읽고싶지 않았다. 
 비극적인 이야기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도 좋아하고, 비극이기에 더 매력적인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묘사가 많았다. 바로 눈 앞에서 비극적인 삶을 들여다보는 듯했고, 불쾌함까지 느꼈다. 내가 아직 이 책을 소화하기엔 삶의 경험이 부족한 탓일까?

 그래도 마지막 세 작품은 좋았다. 특히 <서른>은 내가 앞두고있는 나이라서인지 공감가는 문장도 있었다.

📌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293p <서른>

4️⃣집 보는 남자_조경아
4/5

 사놓고 한참을 미루다 @dokseo_bin님의 색깔책 프로젝트 덕분에 책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책💛

 조금 특이한 주인공 테오가 집을 보러다니는 이야기. 테오가 다녀온 집에서는 어째서인지 늘 사람이 죽고, 그로인해 경찰에게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테오는 그의 예민함이라는 능력을 살려 진짜 범인을 찾아내게 되는데... 재미있었다.
 초반에는 테오의 모습에서 우영우가 생각났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방식은 추리예능 크라임씬을 보는 듯했다.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시시할수 있지만, 추리요소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읽었기에 꽤 만족했던 책.

📌 사람에 의해 지어지고 사람들을 위해 쓰임당하다가 사람의 흔적 없이 무너져 가고 있는 이곳이 집의 무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테오는 달빛 창가 아래 누군가가 무심코 써 놓은 낙서 하나를 발견했다.
'나도 집에 가고 싶다.' 344p
 

5️⃣1938 타이완 여행기_양솽쯔
3.5/5

 소설의 구성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설가가 타이완을 여행하며 집필한 소설'을 타이완 번역가인 양솽쯔가 번역했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면 모두 만들어낸 이야기로 봐야할 듯하다.

 보통 식민통치를 다룬 이야기는 피식민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대만인(식민지) 작가가 일본인(식민지배국)의 시선을 빌려 그 시대를 바라보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이 있었기에 치즈코보다는 샤오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그를 향한 치즈코의 발언들이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편했고, 못마땅한 순간이 많았다. 그래도 깔끔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다정한 아오야마 씨는 이제껏 제게 물어본 적이 없으시잖아요.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게 보호인지를 말이에요. 364p
📌제멋대로 난폭하게 구는 제국과 제 맘대로 억지스럽게 구는 관료는 다 싫었다. 그러나 본섬의 건설 분야에 끼친 영향력을 공정하게 바라본다면 확실히 강력한 도움의 손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386

교독해서 그나마 재밌게 읽었다..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었음.

나도 이제 곧 서 by @_are_you_alone
57
2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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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여러분의 최애책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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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다니는 실도 쓰고 뜨개질 연습 할 겸, 첫 이벤트 열어봅니다 (*’ー’*)ノ by @_are_you_alone
50
2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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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독서목록 2📚

1️⃣지상의 밤_임선우
4/5

 통통튀는 이야기들이 담긴 소설집. 임선우 작가님의 단편은 이제껏 실망한 적이 없다.
 사랑하던 사람이 물이나 식자재가 되어 그 사람을 넣은 요리를 해먹는다던가, 손가락을 잘라 서로 바꿔 붙인다던가.. 하는 부분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곧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유령 개 산책하기>. 개를 키워본적도 없는 내 눈앞에도 하지가 굴러다니는 게 보이는 것 같아서 따뜻하고 좋았다. <유령의 마음으로>가 좋았다면 이 책도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타인은 누구나 미지의 영역으로부터 걸어나온 이방인이다. 32p <프랑스식 냄비 요리>

📌좋기만 한 시간 속에서 자꾸만 너의 쓸모를 찾아서 뭐해. 정 그러면 너의 행복이 너의 쓸모라고 생각해봐. 네가 행복한 만큼 하지도 행복할 테니까. 252p
📌왜 사랑하면 억지를 부리고 싶어질까? 258p <유령 개 산책하기>

2️⃣구름 사람들_이유리
3/5

 솜사탕같은 분홍구름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구름은 보는 것과 달리 온갖 유해물질로 가득찬 해로운 구름이다. 
 그 아래 살고있는 땅사람들. 이들은 구름때문에 땅값이 떨어진다며 인공강우를 내려 구름동네를 전부 없애려 한다. 지금 우리의 세상과 다르지 않다. 

 요즘 인스타릴스를 넘기다보면 '애인이 한달동안 강아지로 변하는 대신 5억을 준다면 선택하겠는가' 하는 질문이 흔하게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성 없는 일이니 가벼운 농담으로 '이렇게 해서 못받은 돈이 수십억이다.'하며 웃고 넘기지만, 돈의 가치가 최우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꽤 무서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좋은 책이었지만 4점을 주지 못한 이유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아서이다. 결말까지 너무 보기 힘들었다. 잘 만든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겁한 쪽 보다는 비겁하게 만드는 쪽이 더 나쁘다. 조용히 살아가는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집을 뺏으려는 사람들이 나쁘다. 그 당연한 사실이 왜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왜 문제는 우리 쪽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질까. 99p

📌삶 전체를 조망해보는 것은 불행의 지름길이다. 단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현명하다. 129p

3️⃣사랑의 힘_박서련
3.5/5
 연작소설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사랑하면 무작위의 어떤 능력이 생긴다는 '로로마 효과'라는 소재도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는 것으로 사랑에빠졌다는 걸 확신하고, 그 능력이 사라지는 순간 사랑의 힘이 다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시작은 참 낭만적이지만 그 끝은 너무나 잔인하다. 

 이 책의 제목이 <사랑의 힘>인 만큼, 이성 간이나 동성 간의 사랑은 물론 폴리아모리와 AI를 향한 사랑까지. 여러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중간쯤 부터는 형식과 문체가 계속해서 바뀌는 바람에 중도하차의 위험이 있었지만, 완독하고나니 끝까지 읽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다 읽어야 이해할수 있는 게 연작소설만의 매력이니까!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주길. 내가 소란을 떨지 않아도, 눈에 띄고 싶어 안달 내지 않아도 조용히 나를 알아봐주길.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나의 불안을 나보다 먼저 감지하고 잠재워주길.
 가능하면 그게 그 사람이길. 85p

📌"충실하기로 맹세한 상대 외에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 자체가 무슨 괴물 같은 욕망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 모노나 폴리는 결심이나 약속에 가까운, 실천의 문제예요. 육상동물을 먹지 않기로, 혹은 동물실험을 하는 제품을 소비하지 않기로 하는 것처럼요." 194p by @_are_you_alone
27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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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독서목록  Part 1📚

1️⃣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_박선영
4/5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장르가 근미래 SF로 나와있었지만, 소재가 SF적인 부분이 있을 뿐 꽤나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주인공 진하는 늘 열심히 일하며, 쉼조차 생산적이게 계획하는 사람이다. 이런 진하가 모종의 사건들로 원래 속한 팀이 해체되고 '해야 할 일'따위는 없는 팀에 배정되어 잊고 있던 즐거움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마냥 힐링소설이라기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씁쓸함이 남는 소설이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뭐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 쉬는 것 조차 의미있게 쉬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진하에게는 두 개의 '나'가 있었다. '자유로운 나'와 '자유로운 나를 관리하는 나.' 오늘의 실패는 후자가 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잘 관리했다면, 더 유익하게 쉬었거나 계획을 조금이라도 진행했을 것이다. 53p

2️⃣네버 라이_프리다 맥파든
4/5

 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 그냥 후루룩 읽었다. 소름끼치고 재미있었다. 킬링타임용으로 최고의 선택. 
도장깨기 할 작가가 생겨서 신난다!

📌두 사람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사람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뿐이다.

3️⃣경우 없는 세계_백온유
3.5/5

 가출청소년들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마음 한구석이 꽉 막힌 것 처럼 답답하다. 분노와 슬픔보다는 무기력함과 허무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작가님은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줄 수도 있다.'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셨다고 한다. 그 순간 '결혼할 때 봐야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뜨는 많은 숏츠들이 떠올랐다. 그 안에는 상대방의 부모님을 봐야한다, 가정환경을 봐야한다는 말이 포함되어있었고 많은 공감을 받았다. 

 나 역시 결핍이 있고, 가정환경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내게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주셨지만, 나는 사랑받고 사랑주는 것이 어색할 때가 많다. 이런 나도 그 기준에 따르면 결혼상대로 걸러야 할 사람인걸까?
 우리가 조금씩 가지고있는 사랑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면서 살아가면 안되는걸까?

📌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198p

4️⃣고통에 관하여_정보라
4/5

 강렬한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자식들에게 약물실험을 하는 부모, 고통은 신선하며 그 끝에 구원이 있다고 말하는 사이비 종교, 그리고 빛... 너무 많은 것들이 섞여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말하고자하는 바가 꽤나 철학적이었고, 결말이 마음에 들었기에 시작은 불호였으나 끝은 호로 마무리 되었다. 생각해볼 거리가 남는 책은 언제나 반갑다.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며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디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285p

📌고통의 탐색에 매몰되면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중략)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302p

5️⃣우연한 작별_김화진 외
4/5

 <에이저>는 아이들이 자신이 AI보다 더 나은 '인간'임을 증명하려 가상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AI의 빠른 발달속도가 가끔은 무서울 때가 있다. 정말 이런 미래가 다가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상깊었고,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은 러닝숲이라는 가상공간을 뛰어다니며 9가 8을 잡아먹고, 8이 7을 잡아먹는 것을 보며 숫자에 대한 개념을 익힌다. 이런 체험형 학습법은 오히려 지금의 주입식 교육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 
 AI의 발달에서 이렇게 좋은 것만 빼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여러 부정적인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 셀프가 아닌 진짜 사람이라면, 섣불리 괴롭히지 않겠지. 쉽게 욕하거나 빈정거리지 않겠지. 실수를 해도 왈칵 짜증 내지 않고,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 주겠지. 상대는 가상 세계 속 캐릭터가 아니니까. 똑같은 인간 이니까. 211p <페페> by @_are_you_alone
23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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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7월 독서목록📚

1️⃣절창_구병모
4/5

 읽는 내내 <파과> 생각이 많이 났다. 느와르에 멜로 몇방울. 아는 맛이어서 재미있었다.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오언에 대해 너무 미스터리하게 끝나버린 느낌... <파쇄>처럼 속편이 있으면 좋겠다.
 
 이 소설에서는 '읽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독서'라는 행위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없는 것까지가 하나의 흐름으로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 지적인 무리는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난 지성에 대해서는 허영이란 말 붙이는 거 찬성하지 않아. 그건 뭔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켜. 164p

📌 무언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우리. 301p

📌이상하다고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그 이상함을 제공하는 것이 책의 일이며, (중략) 자기 자신만큼은 이상해지지 않겠다는 마음에 이르는 것이 읽는 사람의 일이야. (중략)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혹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 자신과 필연적으로 상종하거나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지어진 비극이라는 사실이지. 그리고 그 비극을 견디는 게 인생의 거의 전부야. 302p

2️⃣ 빛과 멜로디_조해진
3.5/5

 전쟁이란 정말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란 걸 다시 느꼈다. 평소 전쟁과 관련된 것들에 무심하고 무지했다. 사실 그보다는 그 아픔을 가까이서 보고싶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전쟁과 관련된 내용이란 걸 전혀 모른채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 끝까지 읽어냈다. 낯선 울컥하는 느낌을 계속해서 참아냈다. 

📌 살마가 감당하고 있을 슬픔에 동요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나약한 이기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살마의 슬픔에 거리를 둠으로써 이번엔 스스로를 보호하겠다고 은연중에 생각한 건지도 몰랐다. 117p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네가 이미 나를 살린 적 있다는 걸, 너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 120p

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_스즈키 유이
3/5

 우선 나는 괴테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파우스트> 연극 보다 졸고, 다시 책으로 보려다 중도 포기했던 경험 정도만 있을 뿐.
 처음엔 잘 읽히지 않았다. 소설임에도 각주가 너무 많았으며, 특히 이니셜로 인물을 지칭하는 부분들은 화자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다. 점점 묘하게 빠져드는 책.

4️⃣어떤 물질의 사랑_천선란
4/5

 SF는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장르인 것 같다. <사막으로>에서처럼 세상이 먼지로 뒤덮여 더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에서처럼 인간들이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으로 인해 물고기와 새들이 점차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큰 경각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공감능력을 잃어버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보면서도 큰 동요를 느끼지 않게 되어버린 이라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자놀이>가 가장 인상깊었다.

📌어느 곳이든 네가 나아가는 곳이 길이고, 길은 늘 외롭단다. 적당히 외로움을 길 밖으로 내던지며 나아가야 한다. 외로움이 적재되면 도로도 쉽게 무너지니까. 35p <사막으로>

📌사람들은 가끔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해. 그냥 상처 주고 싶어 해. 그러니까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지 네가 생각할 필요 없어. 97p <어떤 물질의 사랑>

📌 네가 울어서 내가 울어야 할 양이 사라졌어. 183p
📌 '네가 아파하는 걸 내가 나눠가지는 거야.' 197p <그림자놀이>

5️⃣수족관_유래혁
3/5

 각종 비유들과 묘사가 너무 많아 내용이 한번에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문체는 아니었다. 그리고 끝까지 류이치의 감정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중반부쯤 부터는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떤 분위기일지 예상되기 시작했고,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줄로 말하자면, 취향은 아니지만 재미는 있었다.

 관계에 있어서 '균형'이 맞춰진 상태란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맞출 수 있는것일까. 이 책에서는 계속해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더 큰 무게를 지고 있었던 것 같다. 

📌 이 세상이라는 게 먼저 손 내민 자들에 의해 겨우 그 온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26p by @_are_you_alone
15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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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독서목록📚

1️⃣ 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_허진희
4/5

 제목만 보고 골랐는데 예상과는 너무 다른 책이었다. SF를 예상했는데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사는 이야기였다.

 구니 할머니 이야기를 보는데 자꾸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하긴 어렵지만 단단하고 거친 모습속에 숨어있을 상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각종 고난을 겪어온 부모님의 삶을 생각하면 애틋하고 괜히 눈물이 날 때가 많다. (그렇다고 다정하게 살갑게 대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구니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있다가 없음'에 예민한 사람이기에 누군가가 떠나는 것이 늘 아프고, 새로운 이별은 너무나도 두렵다.

 '우리 같은 사람'이란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내가 경계하는 표현이자 아직 나도 자주 떠올리는 표현이다. 나는 가끔 그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기도, 그 틀에 속해있다는게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작가에말에서 울컥해버렸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 나는 더 이상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지나치게 외로웠거든요. 61p

📌 마음이 닳을 때까지 마음을 다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나는 보하가 내 '하나님'이라도 된 양 굴고 있었습니다. 84p

📌 당신이 있기에 언제나 조금 더 용기를 낸다. 고장 난 채로도 끝내 나아질 것을 안다. 당신이 내 곁에 있기에. <작가의 말>

2️⃣공룡의 이동경로_김화진
4/5

 주희, 솔아, 지원, 현우의 이야기. 
사랑과 슬픔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

 늘 사랑이 가득했던 주희를 무너뜨린 사건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씁쓸했다. 쉽게 남긴 댓글 한 두개가 한 사람에게 얼마나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지... 
 나는 어느순간부터 아무리 개인적인 의견이라 할지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굳이' 비판이나 비난섞인 댓글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 건 사적인 공간에서만 하고 그냥 지나쳐주면 안되는걸까? 

 아무튼 그게 이 소설의 전부는 아니고 작은 일부이다. <나주에 대하여>와 비슷하지만 다른 이 이야기가 조금 더 좋았다. 

📌사람은 주머니 같다. 나는 그 안이 궁금해. 이렇게 매번 실패하고 실패하면서도 계속 다른 사람의 주머니를 엿보거나, 내 주머니를 슬쩍 열어 그 속을 보여주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있었다. 43p 

📌나 사라지지는 않았어. (중략) 그런데 모서리에 있어. 127p

📌그게 내 거야. 주희는 말했다. 삶을 편집할 순 없어. 묵묵히 봐야 해. 그것 때문에 나는 지금 아프지만. 한번 아픈 곳이 계속 아플까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 된 거겠지. 168p

3️⃣더 셜리 클럽_박서련
4/5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셜리(설희). 그곳에서 셜리들을 만났다. 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무한한 애정을 주는 존재들.
 그리고 셜리가 사랑한 S. 한국인 조부모가 있는, 목소리가 보라색인, S.
 S의 조부모님이 독일에서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나올 때는 백수린 작가님의 <여름의 빌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셜리클럽의 셜리들은 주로 할머니들이었는데 그런 올드셜리들의 사랑을 받는 리틀셜리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를 낱낱이 드러낼수록 사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걸 아니까, (중략) 다 알지만 여전히 생각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까지 하나하나 빠짐없이 사랑받고 싶다고. 이런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어요? 156p

4️⃣인버스_단요
3.5/5

 주식에 관한 소설이었다. 주식에 대해 잘 모르기에 완벽히 공감하며 읽을수는 없었지만, 주식 종목에도 마치 도박과 같은 것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한명의 도박중독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소름끼치고 스릴러보다 더 스릴러처럼 느껴져서 무서웠다. 
 소액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종목에 투자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나같은 쫄보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스릴러나 다름없었다.

+) 
짧은 단편들도 읽었는데 그 유명한 <맡겨진 소녀>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너무 담백해서 그만큼의 감동이 없었다.
오히려 같은 날 읽은 <소란한 속삭임>이 더 좋았다. by @_are_you_alone
22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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