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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드디어 피파를 ‘깨달아버렸어.’

닉네임: 사나이정주헌
 도전바람니다. by @bronxjohn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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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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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주말에는 운동을 하는 편인데, 이번 주는 폭염으로 프로야구 경기까지 취소되는 마당에 나이도 이제 서른 줄에 접어들었겠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집에서 쉬는 주말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침대에 누워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보고 다음은 뭘 보지 생각하던 중 넷플릭스에 『삼체』 시리즈가 있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호평을 받은 시리즈임에도 나의 시간을 오랫동안 뺏어가진 못했는데 이유는 1화의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자마자 꺼버렸기 때문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역겨웠다.

『삼체』 시리즈 1화의 오프닝 시퀀스에는 문화대혁명의 한 단면이 강렬하게 담겨 있다.

물리학 교수 예저타이가 간부와 선동자들에게 끌려나와 단상에서 모욕을 당하고 두들겨 맞다가 결국 사망한다.

이미 그들만의 공감대를 만들어놓고 한 사람을 수치를 주며 모욕하고 폭행한다.

그런데 내가 정말 무서웠던 건 사람을 때리는 선동자들보다 그 모습을 보며 환호하는 군중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그 책에서 가장 오래 남고 나에게 울림을 주었던 그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개념은 ‘Thoughtlessness’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주어진 기준과 다수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몇 가지 일들을 보면서 계속 이 생각이 났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사건

하지만 한 번의 잘못으로 학생과 학교 전체에 낙인을 찍고,
그 낙인이 앞으로의 삶까지 따라가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사람을 죽이고 막대한 피해를 입힌 소년범에게도 사회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통합사관학교 설립 추진.

얼마 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대화에서 육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육사가 몇 번 쿠데타를 일으켰죠?’
‘또 내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통합사관학교 추진을 신속하게 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나는 그 말이 단순한 정책적 의견을 넘어
지지자들에게 하나의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 집단은 이런 집단이다.’
‘저렇게 봐도 된다.’

마치 낙인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것처럼.

한 번 규정하고 나면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말하면 믿고, 반대편 사람이 말하면 틀렸다고 생각한다.

‘왜?’라고 묻는 순간
무엇이 맞는지보다 어느 편인지부터 확인한다.

나는 사람들이 틀린 생각을 하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이 무섭다.

한 사람의 잘못을 집단 전체의 본질로 만들어버리고,
한 번 찍힌 낙인을 평생 따라가게 만들고,
내가 믿는 사람이 내린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판단을 의심하지 않는 사회.

『삼체』 속 군중을 보며
나는 과거의 중국만 떠올릴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의 모습에서도
그 군중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서.

과연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by @bronxjohn80
7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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