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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지 않은 책과 찍히지 않은 사진.
📚 북리뷰 + 필사, 📷 사진.
*백석과 고흐, 높고 쓸쓸한 삶과 예술을 경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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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묘. ‘손끝에 열린 파프리카’

2B.(Or Not 2B)

고요한 방,
문장아래 밑줄을 그어질 때 스윽스윽하는
소리가 좋아서 2B연필을 쥔다.

어쩌면 소리는 일차적으로 와닿는 감각일 뿐이고,
흑연 가루가 종이에 고스란히 안착하는 시각적 감각과
종이 위를 질주할 때 느껴지는 마찰에너지가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물리적 촉각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망각의 두려움 앞에
읽는 마음의 지문을 남기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책 읽는 데만 쓰던 2B로
첫 소묘. ‘손끝에 열린 피프리카’를 그려보았다.

서연 작가님(@yeo._n )손끝에 탐스럽게 열린 파프리카.
사진도 글도 좋아서, 고마운 허락을 득하고 흰종이의 여백을 채웠다. 그 여운을 담기에 턱없이 부족한 그림이되어, 누가 된듯한.

그 아쉬움을 작가님의 따스한 글로 매워 본다.

“,,,종종 단맛이 더 있는걸 먹고싶을 때면 미니 파프리카를 사오는데, 좀 더 작고 길쭉한 모양새의 개량된 파프리카들을 보고 있자면, 새삼 얼마나 많은 것들이 지난 시간들 속에서 무수히 많은 시도 끝에 탄생한 것인지...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_ @yeo._n

서연작가님의 여정을 응원하며,
...2B(Continued)하시길!

#첫소묘✏️ #2b연필✏️ #스케치 by @laon_yoon
15
4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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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종형

이 좋은 햇볕 그냥 보내면 죄짓는 거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가 하신 말씀
​
뒤란 장독대 반짝거리게 닦아놓고도 햇살은 남아
누렇게 변색된 격자 창호문에 새 창호지 바르는 날
밀가루 풀을 몰래 손가락으로 찍어 먹다 혼나던 날
긴 겨울밤을 위해 문풍지를 길게 남겨둬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날
​
흰 창호문은 결 좋은 햇살에 말라가고
첫눈이 내리려면 몇 밤이 남았는지 헤아리듯
손가락으로 톡톡 퉁기면
동동 작은북소리 울리던 날
​
아무것도 한 일 없어 죄짓다 말고
문득,
당신 생각에 눈시울 붉어지는 오늘 같은 날

- 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삶창, 2017)

#시필사 #10월 #이종형시인 by @laon_yoon
3
1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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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별일이 많은 듯하지만,
본래 아무 일도 없는 것이예요.

본래 아무 일도 없던 것이 되는 삶.
그래서 잠시 스쳤던 인연의 흔적을,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포토에세이 #일상사진 #무엇을쫓는가 by @laon_yoon
7
1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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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훗훗한 온기로 품어낸 언어의 곳간, 그가 남긴 낱말들.

📖 도  서 : 『박완서의 낱말들』
📖 지은이 : 박완서(호원숙엮음)
📖 출  판 : 웅진지식하우스

’박완서의 낱말들‘을 아침 저녁으로 구메구메 읽었다. 제일 좋아하는 사진 속 온화한 미소와 책 속 문장들이 어쩜 이리 잘 닮았을까.

 작가가 전쟁의 비극과 참척의 슬픔을 겪으면서도 끝내 자아를 잃지 않고 그 경험을 문학으로 투영할 수 있었던 것은 ’냉가슴‘, ’끌탕‘, ’부란‘ 같은 고유의 말들이 그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내 주었기 때문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살아낸 삶의 모든 감각이 그대로 낱말들에 배어들고, 다시 문장이 되고 서사가 되어 작가의 영혼을 치유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주 들어보지 못하거나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낱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전적 풀이와 작품속 예문을 읽어 보니, 어감이 주는 감각이 내 안으로 스민다. 다시 입으로 소리내어 뱉어 낼 때마다 낱말 하나하나에 숨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낱말들은 긴 세월 우리땅에서 흙과 바람을 먹고 애면글면 살아 온 민족혼(魂)이 담긴 그런 씨앗같았다. 그것들을 품은 어감을 느끼며 옥시글옥시글 놓인 문장을 다시 읽으니 마음속 은성한 별빛을 말갛게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낱말과 문장들이 마음의 별로 자릴 잡는 느낌이었다. 어색했던 낱말들이 내 마음에 들어 앉는 체화과정일까.

감히, 작가가 글에 남겨 놓은 아름다운 낱말로 마음에 남은 별을 다시 써 본다.

📝
 ’박완서의 낱말들‘은 그가 삶의 질곡 속에서 건져 올린 언어의 곳간이다. 산모롱이를 돌 때 쏟아지는 꽃벼락과 난분분한 꽃구름 아래 말갛고 청청한 생명을 바라보던 시선은, 충충하고 망막한 고난 속에서도 훗훗한 온도를 잃지 않았다. 가혹한 삶의 시련이 우지끈뚝딱 덮쳐와도 그가 무너지지 않은 비결은 생을 신성하게 긍정한 태도에 있다. 그는 퍼더버리고 주저앉기보다 허위허위 걸음을 옮기며 부엌일을 하고, 삶의 비애를 밥 짓듯 묵묵히 마전하며 끝내 글로 아퀴를 지었다. 고통을 무두질해 구뜰하고 꺼룩하게 익혀낸 것이다.

마음이 우두망찰해 끌탕을 하고, 벼락같은 별리 앞에 잔뜩 웅숭그릴 때조차 그는 끝내 펜을 들었던 것이다. 애면글면 살아가는 세상살이의 부란 속에서, 옴니암니 따지며 이악스럽게 버티는 인간 군상을 향한 눈길은 결코 박절하지 않았다. 생때같은 혈육을 묻은 냉가슴을 안고도, 내남없이 구메구메 품은 상처를 지성스럽게 어루만져준다. 결곡하고 실팍한 그의 낱말들은, 그의 글은 비탄을 위로로 엉구어 냈다.

박완서의 낱말과 문장을 읽는 일은 삶의 비정한 감옥을 부수고 인간에 대한 긍정을 회복하는 여정이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나고 없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말은 가닿는 삶의 자리마다 사근사근 숨을 쉬게 할것이다. 

ㅇ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woongjin_readers 

#박완서의낱말들 #박완서 #웅진지식하우스 #서평 by @laon_yoon
3
1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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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여백이 건네는 온기.

📖 도 서 : 『흔들리며 남은 것들』
📖 지은이 : 조동희
📖 출 판 : 엘리필름

카메라와 스마트폰은 세상 모든 것을 픽셀 단위로 환원하여 원하는 만큼 현실을 ‘’도려내어!’ ‘박제’할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한다. 초고화소와 과잉 선명성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그만큼 선명하진 않은 듯 하다. 나는 그 둘의 괴리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삶은 바늘 끝만큼 예리해져 나의 가장 여린 곳을 파고들 것같아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문화비평가 수잔 손택은 사진을 찍는 행위를 ‘대상을 소유하고 가두는 일’이라 보았고, 롤랑 바르트는 사진 속 디테일이 보는 이의 마음에 꽃히는 찰라의 충격을 ‘푼크툼’이라 했다. 하지만 조동희작가의 ‘흔들리며 남은 것들’ 앞에 서면 두 비평가의 이론은 힘을 잃는다. 작가는 애초에 피사체를 칼로 도려내어 ‘박제’할 마음이 없었는 듯 하다. 

 그의 사진속 풍경은 박물관 표본처럼 굳어 있지 않고, 여전히 숨을 쉬며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셔터의 미세한 떨림과 경계가 번져나간 흐릿함은 광학적 결핍이 아니라 생이 남긴 공명이다. 렌즈 너머의 세상과 나눈 호흡, 담는자와 담기는 것. 그 둘 사이의 경계가 지워진 내밀한 교감이 프레임마다 느껴진다. 그 서정적 교감은 날선 긴장이 풀어지는 숨구멍이 되고 우리는 그 숨구멍의 여백을 통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삶을 무엇으로 보듬어야 할지 묵묵히 헤아리게 된다.

어차피 모든 삶은 미완으로 머물다 저물것이다. 삶은 채워지고 비워지는 반복되는 순간의 겹침일 뿐이다. 그 지난한 생의 궤적에서 작가가 건네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나 철학이 아니다. 그저 말없이 떠 있는 구름, 볕을 조용히 받아내는 초록, 바닥에 내려 앉은 장미꽃, 갈라진 벽위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통해 투명한 생의 노랫말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 과장되지 않은 슬픔과 소란스럽지 않은 기쁨을 통해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의 온기를 우리에게 전할 뿐이다.

P64. ‘...비와 햇살이 만나면 무지개가 나와. 우리도 그럴 거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allyexhibition @allycameras 

* ‘흔들리며 남는 것들’ 이 주었던 위로, 더 많은 사진과 글로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흔들리며남은것들 #조동희 #엘리필름 #엘리카메라 #서평 by @laon_yoon
4
1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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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문학 :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재의 비정함.

박경리의 문장에는 언제나 자연의 조화와 삶의 약동이 느껴진다. 삶과 부딪치며 써내려간 문장에 삶을 향한 치열한 열정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산문 세편 ‘Q씨에게’,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의 문장을 거닐어 보면, 그의 삶의 관조와 고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삶은 늘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고, 우리는 그 물음에 크고 작은 응답을 하며 살아간다. 작가도 예외는 아니였을까. ‘Q씨에게’에서 그는 고통스러운 자기모순을 말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살기 위한 방편으로 소설을 쓰는 것인지 생각을 했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글쓰기는 생의 방편이자 생을 지탱하는 호흡이었다. 절망과 회의가 시도 때도 없이 파고 들었을 순간에도 “그래도 존재해 있다는 것은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삶을 긍정했다. 죽어보지 않은 자가 어찌이리 큰 정의를 내릴 수 있었을까. 비극의 심연 속에서도 반짝이는 삶의 눈부심을 길어 올린 힘. 이런 원초적 힘이 대작 ‘토지’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삶에 대한 경외는 온갖 역경을 겪고 내려온 원주에서 쓴 글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로 이어졌다. 그는 물웅덩이의 연꽃과 버려진 작은 새 ‘나리’를 바라보고 키우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경이로움을 배웠다. 버스 차창 밖 밭둑을 내달리던 어린 노루를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아픔’의 결정으로 가슴에 남았다. “생명은 아픔이요, 생명은 사랑이다.”라고 말한다. 아픔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랑은 공허하며, 사랑 없는 생명은 존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린 채 불필요한 탐욕을 쌓아 올리며 전투적으로 변해가는 문명을 향해 서늘한 경종을 울린다.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작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글이다. 문학과 생명은 ‘건축’과 ‘균형’이라는 하나의 조형 원리로 융합된다.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단어를 배열하는 이차원의 작업이 아니라, 입체적인 세계를 세워 올리는 축조(건축)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틀에 박힌 지식의 감옥에서 벗어나 광활한 허공에 영혼을 풀어놓으라고 전한다. 온몸의 감각을 열어 세계의 모순과 비극을 입체적으로 관조하고 버텨낼 수 있는 균형감각이야말로 진정한 창작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리의 글은 문학이 어떻게 삶의 비극을 건너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글에 안락한 위안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삶의 균열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에게 문학은 자연의 엄중한 질서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되, 삶이라는 불완전한 지반위에 언어로 집을 짓는 일이었다. 작가가 남긴 세 편의 산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문학의 가치가 피와 뼈로 축조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인 것을 말한다. 삶을 떠난 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 삶의 희노애락이 소설에서 명암과 빛깔, 음향 등 종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짧은 단편이지만 박경리 작가의 흔적과 그의 삶의 가치관,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기분이었다

『..13년간 겪었고 느꼈던 감동을 어찌 이 몇 개 조박글에 다 실었다 할 수 있으리. 동해의 모래알 한 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풀잎에 맺힌 한 방울 이슬만도 못한 것을...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_작가의 말중에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dasanbooks 

#문학을사랑하는이들에게 #박경리 #다산북스 #서평 by @laon_yoon
0
1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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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란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나를 잃기도 쉬운 여정입니다. 그렇기에 다음에 여행을 할 때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편안한 여행을 할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선택들에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무리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잠시 멈춰서서 이것이 욕심인지 나를 편안하게 하는 선택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입다.

📖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커피 한 잔과 수첩, 연필 한 자루뿐. 하지만 오늘 낮에 본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도후쿠지의 단풍 든 정원의 풍경, 일부러 찾아간 카페의 창밖으로 내다보이던 소박한 뜰보다도 더욱 편안하고 마음이 놓이는 풍경입니다.

* 작고 귀여운, #트래블러스노트 와 잘 어울리는 책.
* 읽다보면 온화해진 마음으로 교토를 거닌 기분. : )

@neap.lifemind @won_i_wish 

#교토의마음들 #닢라이프마인드 #소원작가 #여행에세이추천 by @laon_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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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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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8
📖소설가의 기본은 이야기를 하는 것 tell a story 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말을 바꾸면 의식의 하부에 스스로 내려 간다는 것입니다. 마음속 어두운 밑바닥으로 하강한다는 것입니다. 큼직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수록 작가는 좀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큼직한 빌딩을 지으려면 기초가 되는 지하 부분도 깊숙이 파 들어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치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수록 그 지하의 어둠은 더욱더 무겁고 두툼해집니다.

작가는 그 지하의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즉 소설 에 필요한 양분을 찾아내 손에 들고 의식의 상부 영역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형태와 의미를 가진 문장으로 전 환해나갑니다. 그 어둠 속에는 때로는 위험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그곳에서 서식하는 것은 때때로 다양한 형상을 취하며 사람을 미혹시키려 합니다. 또한 표지판도 지도도 없습니다. 미로 같은 곳도 있습니다. 지하 동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방심 하면 길을 잃고 헤매고 맙니다. 그대로 지상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 어둠 속에는 집합적 무의식과 개인적 무의식 등이 뒤섞여 있습니다. 태고와 현대가 뒤섞여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해부하는 일 없이 그대로 들고 돌아오는데 어떤 경우에 그 패키지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 같은 깊은 어둠의 힘에 대항하려면, 그리고 다양한 위험과 일상적으로 마주하려면 반드시 피지컬한 강함이 필요합니다.

#직업으로서의소설가 #무라카미하루키 #지금읽고있는책 by @laon_yoon
8
2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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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도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

📖 도  서 : 『이원재의 건축레시피 1: 태도』
📖 지은이 : 이원재
📖 출  판 : 에피케

오렌지색 띠지를 살짝 걷어내자 묵직한 단어가 뇌리를 파고들었다. 『태도』. 현시대를 이끄는 건축가들의 열정과 고민, 그들이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관점)가 들어있는 책. 유튜브로도 흥미있게 보고 있었지만,  다시 책으로 만나 메모와 밑줄을 긋는 즐거움을 누렸다.

책을 읽다가 한 예능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냉장고 속 비슷한 재료가 각기 다른 셰프의 손을 거치면서 다양한 요리로 탄생하는 흥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셰프마다 재료를 고르는 방식이 다르고, 조리방식이 다르며,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덜어낼지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에는 다양한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다.

  세상의 건축가들도 비슷하다.  사람과 도시, 자연과 빛, 콘크리트와 철과 유리, 예산과 법규, 기후와 사회적 요구가 건축가들의 재료로 냉장고 안에 들어있다. 그러나 그것을 다루는 관점과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것이 바로 ‘창조 Create’의 영역이다. 공학적 ‘기술력’은 상향적 평균화가 되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다가서야 한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AI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제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 더 기발한 상상을 하는 머리가 필요한 시대에 있다.

  이러한 창의성 요구의 시대에 책 속의 건축가들은 다양한 관점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피터 쿡은 ‘가능성을 상상하는 힘’을 중요하게 여긴다. 상상력은 건축의 장식이 아니라 출발점이자 핵심 재료로 상상력을 통한 다양한 해석과 도전이 중요하다 말한다. 특히, 도시와 건축에 필요한 유닛(요소)을 끼워 맞추는 식의 ‘플러그인 시티’개념은 신선했다. 톰 위스컴은 건물의 각 요소들을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만들되 다시  그 요소들을 재결합하여 다양성을 만들어 냈다. 건물에 ‘타투’개념을 도입한 것이나 레고로 만든 미래도시같은 느낌을 주는 건축방식이 흥미로웠다. 그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충돌하고 공존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안드레스 하케는 건축을 인간과 동물, 식물과 물, 토양 등이 맺는 관계로 본다. 그는 이제  인간이 비인간 생명체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며, 폭넓은 창의성을 위해서 지식과 비판적 사고를 접하는 것을 강조한다. 플로리안 이덴뷔르흐는 삼청동 국제갤러리 프로젝트를 한 분이라 더 없이 반가웠다. 그가 ‘주변을 살펴 어긋남없는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라 좋았고, 건축 프로젝트를 할 때 하나의 생명을 다루는 느낌이라는 답변에서 인간미가 느껴져 좋았다. 이교석 건축가는 네덜란드 MVRDV에서 활동중인데 그들의 <데이터스케이프>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때 그 출발점은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데 있다고 한다. 누구나 독특한 미학을 추구하는 시대에 <이 건물 너무 예쁘다>라는 평가보다, <이 건물이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해결했네>라고 읽히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는 가치관이 멋졌다. 그는 <서울로 2017 스카이가든>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책 속의 건축가들은 누군가는 상상력을 제일 중요한 재료로 삼았고, 누군가는 빛과 자연을 사용하며, 누군가는 사람과 사회의 연계를 중요한 가치로 말했다. 그 재료를 선택하고 배합하여 ‘짓는’방식은 곧 그 건축가만의 언어가 되어 우리에게 보여진다. ‘짓는’ 사람들의 마음. 우리는 집을 짓고, 옷을 지으며, 미소를 짓는다라고 한다. ‘만들다’라는 말로는 다 담지 못하는 ‘짓다’에는 애정이란 마음이 재료로 들어간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건축이 공학을 넘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이끄는 ‘미학’인 충분한 이유이다.

건축학도에게는 물론, 좋은 건축을 바라보는 눈을 위한 한 권의 레시피!

덕분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epikhe_books @luv_minyun_ 

#이원재의건축레시피 #에피케출판사 #건축추천도서 #서평 by @laon_yoon
2
a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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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Reading…& Music.

차분하고 단정한 여백.
손님들에게 그 여백을 내어주는 곳.

대신, 따뜻하고 다정한 사장님의 미소와
모카포트 커피향이 가득한 곳.

책과 음악이 잘 어울리는 파랑(波浪).
가을의 아지트가 될 듯.

📖🖌️읽고 쓰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고요의 공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ripples_big.waves 

#카페추천 #parang #책읽기좋은카페 #가을카페추천 by @laon_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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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문학수업 에디션‘ 미니산문집.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는 해 뜨기 전 사방이 옥색 빛깔로 열려가는 무렵이 아닌가 싶다. 시골 아침은 더욱 그렇고 나무가 많은 곳일수록 폐부에 스며드는 찬 공기는 생명수같이 싱그럽다. 여름 한 철 이슬을 밟고 아침이면 먼저 찾아가는 곳은 물 괸 웅덩이였다. 오늘도 연꽃이 피었을까 하고. 그곳에서 나는 그 새를 세 번 보았다. 모양은 물오리 같았지만 훨씬 작았고 몸매도 가늘었다….‘
_<환상의 새> 중/박경리.

선생님 삶의 흔적과 아름다운 사유. 
봄 꽃처럼 살랑이는 문체가 포근하다.

이태전 아내와 방문했던 원주,박경리선생님 생가. 
그 곳에서 보았던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웅덩이가 생각나는 저녁.

@dasanbooks 잘 읽겠습니다.

#박경리문학수업에디션 #박경리미니산문집 #다산북스 #필사 by @laon_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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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영웅, 오디세우스의 귀향일지.

📖 도.  서 : 오디세이아
📖 지은이 : 호메로스
📖 출  판 : 파랑새

그리스 연합군 최고의 지략가 오디세우스는 십년의 긴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끝내고 고향인 이타케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의 여정에 창칼 대신 파도와 유혹, 망각과 절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전쟁만큼이나 험난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영웅모험담이 아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향길, 그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동굴에 갇히기도 하고, 기억을 망각하는 연꽃을 먹고 고향을 잊기도 하며, 마녀 키르케는 탐식을 하는 부하들을 돼지로 바꿔어 놓기도 한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머리가 여러개 달린 괴물 스킬라, 그리고 배를 삼킬 듯한 소용돌이 카리브디스를 지나기도 한다. 오디세우스는 죽음의 혼이 가득한 지하세계로 스스로 들어가 어둠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부하들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먹는 바람에 배와 동료를 모두 잃고 안락과 영생을 약속하는 칼립소의 섬에서 여덟해를 보낸다. (다른 판본에서는 대부분 칠년의 동거로 나오지만). 그럼에도 오디세우스는 칼립소가 제안하는 영생의 낙원을 거부하고 필멸의 인간을 선택한다. 사랑하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는 고향을 선택한 것이다.

자만과 허영, 용맹과 무모, 꾀와 거짓말에도 능숙한 오디세우스는 모든 동료를 잃고 혼자 귀향을 했다. 전쟁의 우두머리로는 실패한 지도자다. 수많은 고초를 겪고 귀향한 오디세우스에게 덕이나 자비란 볼 수 없다. 잔혹한 피의 복수를 감행한다. 호메로스가 그를 ‘완전한 영웅’ 이나 후세에 칭송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완벽한 지도자’로 그리지 않았다. 오디세이아가 동화가 되지 않고 고전으로 남아 삼천년간 읽히는 이유이다. 동화는 잠시의 우상을 만들 뿐, 우리의 삶과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이나, 이렇게 살라는 교훈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연결된 질문과 사유를 주기 때문에 고전으로 남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매일 인생의 험난한 파도와 마주하는 면에서 오디세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잠깐의 성취를 자랑하다 남들의 시기와 질투를 사서 곤란에 빠지기도 하고, 예상치도 못한 세찬 인생의 맞바람을 맞기도 하며, 가끔은 자신이 무엇때문에 살고 있는지, 어떤 가치로 살고 있는 지를 잊은 채 연꽃을 먹은 것처럼 살기도 한다. 때론 ‘이쯤이면 그만’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적당히 살자는 달콤한 칼립소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귀향’이라는 삶의 방향을 정하고 다시 돛을 올려 항해를 떠나야 한다. 풍랑을 헤치고, 때론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더라도 저마다의 이타케를 찾아가기 위해 비루한 뗏목을 과감히 바다로 던져야 한다.  지켜야 할 삶의 가치와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나누어 조금 더 나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 그 여정 자체가 삶의 이유이지 싶다. 삶이라는 긴 항해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지혜를 간직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 길을 다시 묻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 그런 삶의 항해를 기꺼이 가야하는 것. 완전하지 않은 영웅 오디세우스가 삼천년 동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원문에 충실한 다른 출판사 판본과 달리 이 책은 산문으로 옮겨져 있어 줄거리를 훨씬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다. 페이지 곳곳에 신화의 분위기를 살린 삽화가 실려 있어 이야기를 눈앞에 그려볼 수 있다. 원문에 가까운 운문 번역본 앞에서 번번이 완독에 이르지 못했다면, 이 책이 그 길을 열어줄 것이다.

‘우리의 자아는 완성된 조각상이 아니라 항해 중인 배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 같아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배를 고치고 돛의 방향을 바꾼다.’ 정재승 서문중.

덕분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파랑새출판사 

#오디세우스 #호메로스 #서평 by @laon_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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