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를 마치고서,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음예의 세계였던 교토의 겨울에서 매일 쌓은 글과 사진을 담은 편지 (자그마한 뜻)와 사유를 아름다운 공간, 이예하에 부려 놓았었습니다 <이예하는 이로움을 심고, 크게 여는 공간으로, 그곳에 잠시 자리했던 작은 이로움으로 기억될 수 있길 바랍니다>
@yiyeha_ 전시 준비를 하던 날, 이곳저곳에 책과 프린트의 터를 잡아주며, 예상보다 더욱 잘 어우러지는 풍경들이 하나 둘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이예하 분들과 우리는 함박웃음과 박수를 주고 받았습니다
전시 두 번째 주 토요일의 까맣고 고요한 밤에는 열 몇 분과 뜨뜻한 마룻바닥에 단란하게 모여 앉아, 교토에서 모은 소리로 앰비언트 음악을 연주하고, 에세이 ’교토에서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교토에서 즐겨마시던 호지차와 우지 지역 말차로 만든 떡이 입맛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감각으로 교토의 겨울과 어둠이 느껴지는, 경험과 사색의 순간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시간을 내어 전시장에 머물 때마다 공간의 여백을 저마다의 흐름에 따라 소요하며, 자세를 낮추거나 고개를 숙이며 책과의 거리를 최대로 좁혀서 글을 읽고 사진을 넘기고, 한지에 스민 까맣고 하얀 교토의 정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시던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건 마치 교토 가모강의 징검다리와도 같았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마음, 세상으로 건너가기 위해 전시와 기록이 징검다리를 이루는 디딤돌이 되어가는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는 기쁨이었습니다
까만 바닥을 스치던 슬리퍼 소리는 찬바람에 몸을 떨던, 마른 나무에 여남았던 나뭇잎들을 불러왔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시던 눈빛들은 이르게 받곤 했던 봄의 햇살만큼이나 따스했습니다
찾아주신 분들의 숨과 움직임, 그 울림에 따라 공간의 공기는 불규칙하게 일렁이고, 천장에 매단 교토의 장면들은 둔탁한 몸을 이따금씩 흔들흔들
입구 정면에서 보이던 세 장의 프린트를 숨을 죽이고 몸을 작게 접어 오래오래 바라보시던 마지막 관람객분의 뒷모습을 끝으로, 전시는 이르게 찾아든 밤의 어둠 안에서 차분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눈에는 익었으나 마음에서 익기 전에 서두른 작별 같았습니다
전시를 모두 정리하고, 이예하 분들과 그간의 소회와 맛있는 음식을 나눴습니다
헤어짐은 여러 번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알맞은 자리에 두었던 에세이와 사진집,
오래되어 더욱 아름다운 책상 위와
창문 너머의 기와 곁에 두었던 한지 프린트
남향의 창에서 해가 몸을 기울이는 각도에 따라, 교토 택시 안에서 뒤돌아본 골목을 담은 프린트를 보드랍게 매만지던 노란 빛
시시각각 변하던 그 풍경은 이제 다시 볼 수 없습니다
프린트의 일부는 주인을 만났고, 글과 사진은 늘 그렇듯 찬찬히 타인에게로 건너가 또다른 사유와 사색, 질문을 일으키며 그렇게 순환할 것입니다
살아감에 질문을 던지는 다양한 모양의 시도를 마치고나면, 잊혔거나 스쳤던 생각들을 길어올려 ‘토렴’하듯 뜨겁게 뜨겁게 달구는 반복인 기록을, 출간을, 전시를 합니다
그렇게 비움으로부터 채워지는 충만함을 찾습니다
그것은 지금에 머물지 않고 다음으로 향할 수 있는 힘
낮과 밤 사이를 잇는 저녁이 없이 낮이 금세 사라지고, 밤이 쿵 하고 찾아들었던 교토의 겨울 안에서 빚었던 자그마한 뜻과 마음, 문장들
‘어둠’은 모든 것의 가능성, 임이 귀한 시간을 내어 걸음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묵연하게 전해졌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든 이들의 ‘어둠’은 무언가의 탄생, 시작을 위한 가능성, 그것임을 전시를 마치고도 글과 사진으로, 책으로 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전시 공간을 내어주신 이예하와 예약의 번거로움에도 아랑곳않고 찾아주신 모든 분들, 온맘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겨울의 어둠, 교토의 정경 안에서
더 잘 자라날 봄을 틔우길 바라며,
사색의 걸음을 멈추지 않길 바라며,
까맣고 까만 겨울의 밤에 쓰고 올립니다
Thanks to
@object.neul @i_____am_yoon -커플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