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May 4th 2026, 11:42 am
노원구 중계동
중계동에서는 어디서든 산이 보인다.
중계동은 불암산 자락에 기댄 동네다. 큰길에서도, 아파트 단지 사이 골목에서도, 학원가 상가 건물 너머로도 바위 봉우리가 올려다보인다. 처음 걷는 사람도 방향 감각을 잃지 않게 해주는 풍경이다. 산이 가까운 동네에서 산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중계동 하면 학원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중계동에 형성된 학원가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수학, 영어, 국어 간판이 한 건물에 층마다 빼곡히 붙어 있다. 오후가 되면 학생들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하고, 저녁이면 더 많아진다. 이 동네가 오래도록 교육 특구로 불려온 이유가 거리를 걸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원가를 벗어나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동네는 금세 조용해진다.
당현천이 동네 안쪽으로 흐른다. 폭이 넓지 않은 하천인데, 양쪽으로 수풀이 자라 있고 오리들이 물 위에 떠 있었다. 다리 위에서 할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서서 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당현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중계동 주민들의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해가 기울어지는 오후에도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중계동에는 아파트가 많다. 대단지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고, 단지와 단지 사이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이어진다. 잎이 막 올라온 나무들이 길 위로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벤치에 한 사람이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 오후였다. 중계동의 아파트 단지들은 낡은 것과 새것이 섞여 있어서, 걷다 보면 이 동네가 오랜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는 걸 느끼게 된다.
불암산에는 철쭉동산이 있다. 봄이 되면 산 중턱을 철쭉이 가득 덮는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이면서 분홍빛 언덕이 펼쳐진다. 중계동 골목에서 올려다보이던 그 산이 이런 풍경을 품고 있다는 게, 걸으면서 자꾸 생각났다. 봄에 중계동을 찾는다면 불암산 철쭉동산까지 함께 걷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계동은 조용하게 살아가는 동네였다.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특별한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산이 보이는 골목을 걸으면서, 천변에 앉아 오리를 바라보면서, 나무 그늘 아래 서 있다 보면 서울 안에 이런 속도의 동네가 있다는 게 오히려 반가웠다. 중계동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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