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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02 트랜스제주 100M, +6582m

올해 가장 멀리 달린 거리가 운탄고도 42km였기에, 100마일이라는 거리에 대해서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그저 작년 트랜스제주 100k 기억에 의존하여 계획을 세우고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출발선 앞에 서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무모한 마음이었다.

- 해 뜨기 전 백록담 도착하기
- Cp7 가시리에 12시 전에 도착해서 밥먹기
- 해 지기 전 수악길 진입하기

이 세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면 4일 자정이 되기 전에 피니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었다.

시작 전부터 이슈가 발생했다. 짐을 정리하다보니 모자가 없었다. 모자 없이 라이트 착용도 해보았는데, 불안한 느낌이 있어 출발 1시간 전 근처 이마트에서 모자를 구매했다.
피카츄 모자라면 늦은 밤에도 백만볼트의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두 번의 한라산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세환, 지민누나, 종수님, 아현님을 차례로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헤쳐나갔다. 삼각봉대피소에서 조금만 쉴까 싶었지만, 목표가 있었기에 고개를 돌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새벽 5시 30분, 백록담에 도착했다.

하산길, 내리막 연습이 전혀 안되어있었기 때문에 많은 주자들이 나를 앞질러갔다. 그러다 가민 배터리가 없어 충전하면서 내려가던 중 데크길에서 가민을 떨어뜨렸는데, 한참을 모르고 가다가 정말 운이 좋게도 어떤 인도 주자분께서 네 거 아니냐며 전달해주시고 지나가셨다. 장거리 레이스에서의 시계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면서도 너무나도 감사했다.

한라산을 내려오니 날이 밝았다. 여기부터 가시리까지의 길은 대부분 평지였지만, 이젠 엄청난 더위와의 싸움이 문제였다. 그 와중에 CP6 정석항공장이 너무나도 열악했기에 바닥에서 30분 가까이 앉아있었던 것 같다. 유일하게 DNF를 고민했던 곳.. 다행히 2~3km를 쭉 걸었더니 걷뛰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밥은 먹어봐야지하며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고, 100k코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멋진 풍경을 보며 버텨냈다. 그러다 알바도 한 300m 했다.. 😇
그렇게 11시 20분쯤 가시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옷과 바지부터 갈아입었다. 여기서 먹은 국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작년과 다르게 속이 괜찮아서 다행이었다.

머체왓숲길, 이승악오름 CP까지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 성판악에서 내줬던 순위를 메꾸고 싶어서였을까, 수악길을 밝을 때 뛰고싶다는 일념으로 CP9까지 정말 미친 사람처럼 뛰고 또 뛰었다. 가시리부터 2km를 함께 뛰었는데 이름도 못 물어본 prrc분과 CP8에서 이야기한 미정님, 그리고 페이스톡 해준 (인터넷 이슈로 제대로 못받았지만) 여운캡틴 정말 감사하다.

오후 4시반, 어스름이 깔릴 즈음 수악길 여정을 시작했다. 점점 어두워지며 형성된 팩을 잘 따라가던 중 미끄러져 물에 빠지면서 팩을 놓쳐버렸다. 양말이 물에 젖으며 발이 어는 느낌이 들었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100k 일본인 주자분과 함께 가게 되었다. 체력이 떨어져서 뒤에 붙어가도 괜찮냐는 부탁에 흔쾌히 ok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덕분에 마지막 4km 중 3km를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었고, 마지막 1km 로드는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보내드렸다.

Cp10 캠핑장을 지나서부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괜찮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어림없었다. 뛰기를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한라산 둘레길을 헤쳐나갔다. CP11 1km 전까지 끝없이 올리는건 퍽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마지막 고근산은 이미 경험해봤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욕 안하고 버텨냈다. 다만 메인랜턴이 꺼졌는데, 서브랜턴을 꺼내기 귀찮아서 충전하며 이동했다. 다음엔 서브랜턴을 꺼내기 쉬운 곳에 둬야겠다. (다음이 있으려나?) 마지막 굴다리를 지나고 월드컵경기장 가는 길은 다 뛰지 못하고 500m 뛰고 500m 걷고를 반복했다. 정말 뛰고싶었는데, 그럴 체력은 없었던 것 같다. 경기장 입구부터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질주해서 마무리. 질주해서 들어오자마자 미끄러져서 넘어졌는데 하나도 안아팠다. 도파민이 돌아서 그랬을까?

25:40:04, 정말 운이 좋게도 대략 잡았던 목표인 27시간을 1시간 넘게 남기고 들어올 수 있었다. 하반기의 메인 대회가 끝나고 나니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엔 무슨 목표를 잡아야 하나 걱정이 되면서도 또 기대가 된다.

분명한 것은, 내년에도 이맘때 제주에서 뛰고싶다.
63
#100miler
.
5개월간의 대회 준비는 결코 쉽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인도에서 한국으로 귀국한지 어느덧 6개월, 남들은 뛰는 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기간일 것이다. 

모로코 사막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나는 다음 도전을 준비했다.
@balancerunning 친구들과 함께하는 @saddles100 , 살면서 단 한번도 한번에 100마일을 달린 적 없었기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주말에 홀로 산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 패배감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만들기 싫었다. 이 여행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2년전 떠난 나를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나의 도전을 응원해준 친구들, 새로 사귄 열정적인 영혼들, 놀랄만큼 헌신적인 크루들과 있는 힘을 다해 이곳 애리조나 프레스콧의 산길을 거침없이 내달렸던 위대한 모든 주자들까지. 모두 아름다웠고, 나에게 삶에 대한 의지에 있어 큰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100마일을 완주했다. 수많은 친구들의 격려와 응원 덕택에. 지구 어디에 있든, 세계 한 구석에선 누군가가 나를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saddles100 #prescott #울트라러너 #트레일러닝
46
❌DNF❌

내 런생에 중도포기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쩝😓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고 생각하자!!!

같이 대회 뛴 주자들과 응원해준 엑스노어, 런이화, 러쉬 넘 수고 많으셨고
DNF해도 괜찮다며 위로해준 분들 넘 감사합니다•••
특히 중간에 냅다 전화해서 dnf해도 괜찮을지 물어봐서 당황했을 성은이,,, 걱정과 위로 넘 고맙다🥹 (dnf하고 성은이한테 쫑알쫑알 얘기하다가 눈물 왈칵..)

자초지종은 구구절절 차차 남겨야지

📸 @sung_ho_0.0 @현승님
🎥 @주영 @7k0l.y @동윤님

#서울레이스 #서울레이스2026 #하프마라톤 #d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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