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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수리기술자, Conservation Heritage 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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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흘림기둥은 정말 ‘예뻐서’ 만든 것일까?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을 보면 가운데가 살짝 불룩해. 위아래는 조금 가늘고, 중간은 배가 나온 것처럼 부드럽게 부풀어 있지. 우리는 이런 기둥을 배흘림기둥이라고 불러. 

대부분의 설명은 여기서 시작하지.

“배흘림기둥은 기둥이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미학적 장치다.”
“곧은 기둥은 가운데가 오목해 보이므로, 일부러 가운데를 불룩하게 만들었다.”
“기둥에 생동감과 긴장감을 주기 위한 전통 건축의 미적 표현이다.”

물론 이런 설명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어. 배흘림기둥은 실제로 아름답기도 하고, 곧은 기둥보다 부드럽고, 건물 전체에 안정감과 생명감을 주지.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어.

정말 배흘림기둥은 단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만든 걸까?

전통 건축에서 기둥은 장식물이 아니야. 기둥은 지붕의 하중을 받고, 공포와 보를 지지하며, 건물 전체를 세우는 핵심 구조부재야.

특히 목조건축에서 기둥은 단순한 조형 요소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하중과 습기와 변형을 견뎌야 하는 재료이기도 해.

그렇다면 배흘림기둥을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든 곡선”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부족해. 오히려 배흘림기둥은 목재라는 재료가 가진 약점과 장점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일 수 있어.

나무는 돌이나 쇠만큼 균질하지 않아. 하나의 통나무 안에도 바깥쪽과 안쪽의 성질이 다르지. 바깥쪽에는 변재가 있고, 안쪽에는 심재가 있어. 변재는 살아 있는 나무에서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부분이야. 반면 심재는 중심부에서 나무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며, 일반적으로 변재보다 수분 이동성이 낮고 내구성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아.

같은 수종 안에서도 변재가 심재보다 물을 더 빠르게 흡수하는 경향이 있어. 또 목재가 액체 상태의 물을 흡수하면 함수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일정 조건에서는 곰팡이, 부후, 강도 저하, 치수변형이 발생할 수 있지.

즉, 기둥으로 쓸 목재에서 바깥쪽 변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단순한 가공 문제가 아니야. 건물의 수명과 직결되는 문제이지. 

과거의 장인이 현대의 재료공학을 알진 못 했겠지만, 경험적으로는 알고 있었을 거야. 

어떤 나무가 오래 버티는지.
어떤 부위가 썩기 쉬운지.
어떤 기둥이 갈라지고, 어떤 기둥이 안정적인지.
습기를 먹은 목재가 어떻게 변하는지.
너무 가늘게 깎은 기둥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까지도 말이지. 

따라서 배흘림기둥은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

배흘림기둥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 만든 기둥이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해 만든 형상이 결과적으로 아름다워진 것일거야.

서양 건축에도 이와 비슷한 곡률이 있어. 그리스 도릭 기둥의 엔타시스. 그러나 서양의 엔타시스와 한국의 배흘림기둥을 곧바로 같은 것으로 볼 순 없지. 서양의 엔타시스는 주로 석재 기둥에서 나타나고, 한국의 배흘림기둥은 목재 기둥에서 나타나. 

돌에는 변재와 심재가 없어.

돌은 나무처럼 물을 먹고 마르면서 방향별로 수축·팽창하지 않아. 따라서 서양 석조건축의 엔타시스는 목조건축에서 익숙했던 기둥 형상을 석재로 번안한 것일 가능성이 농후해. 관련한 연구들도 있고, 반면 한국의 배흘림기둥은 목재 자체의 재료적 특성, 특히 변재 제거와 심재 중심 사용이라는 문제에서 더 직접적이지. 

배흘림기둥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목재의 재료공학과 구조공학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

옛 엔지니어들이 과연 단순히 이뻐보일라고 나무를 베어다가 날라다가 개고생해가면서 기둥을 세운건 아니라고 봐. by @jihoon.hani
1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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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죽서루 #답사 #국가유산 taken in 강원도 삼척시 죽서루 by @jihoon.hani
2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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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많은 사찰을 다녔고, 다니고 있는데, 그 중에서 사찰의 모든 공간이 가장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곤란하다. 

2023년 6월 순천 선암사

#답사 #문화유산 by @jihoon.hani
5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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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한국적인 게 뭐냐. 
그건 마치 나주 배, 강릉의 초당 순두부, 고흥 녹동항에서 잡히는 문어 같은거다. 

한국적이라기보다 지역적이라고 해야하나. 서울에만 평생 살던 넘들은 아마 개뿔 아무것도 모를거다. 그냥 모를거다. 

그니까 구현을 할 수 없는 게 있다. 다른 나라와 지역에서는 따라할라해도 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건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다. 기능과 기술은 국제적이다. 천년전에도 국제적이었다. 근데 재료는 기술 속에서 다 다르게 꽃을 피운다.

잠시 다음에 또 by @jihoon.hani
4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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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유산을 기리거나 배우려는 세태는 뭐 꾸준했다. 
근데 꼭 지켜야 하는건가?

우리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한테 물었다.

“문화재, 문화유산은 왜 보존하고 수리하고 뭐 아끼고 그래야 하죠?” “뭐 때문에? 뭘 워해? 그거 무너진다고 해서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그거 지키고 수리하고 보존한다하여 뭐 딱히.. 우리 삶이랑 관계도 없어보이는데..” 

이렇게 묻거나 말하면 장차장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해한다.  그냥 우리가 숨쉬듯 문화재와 전통은 지켜야 하는거라 배워왔으니... 왜 지켜야 하냐고 물으면 황당해 한다. 

그니까 ‘전통’ ‘전통문화’ 같은 종류의 것들은 근대 이후 민족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것‘을 지켜야 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전통과 민족주의, 그런건 그렇다치고... 사실 요즘엔 별 관심도 없다. 좋다. 그래. 

그냥 멋지다 오냐 멋지네‘ 라고 할 수 있는 게 뭐냐. 그런건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역사나 기록이나 이야기인거다. 그런 건 건물에서도 볼 수 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모든 존재는 멋지다. 

이 동아시아 반도국가에는 고려시대 이후론 소나무가 많이 자생했다. 그래서... 아니지, 소나무는 원래 있었는데 고려시대 후기 이후로 건물에 소나무를 많이 썼다. 우리나라는 그니까 소나무 생김새가 지랄 맞다. 구불구불하고 휘어지고 뭐 그러하다. 

그런 나무로 집을 짓다보니 지붕재나 구조재를 그런 지랄맞은 나무를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나무로 지은 집이 생겼다. 다른 나라 지역에서는 저런 나무를 잘 안 쓴다.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끝.

#문화재 #국가유산 #한옥 #국가유산수리기술자 #목수 #나무 #서까래 #풍패지관 #전주 by @jihoon.hani
0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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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크기의 초석은 기둥에 비례하여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건물의 크기, 기둥의 직경, 기단의 높이외 폭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또는 바람이 부는 방향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곳, 처마의 깊이까지도 같이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소위 한옥, 전통건축을 한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얼마 되지도 않은 경험치나 어른들의 이야기만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문화재판(이제는 문화유산으로 불러야..)이나 한옥판에서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로 정답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는건가. 

#문화재 #한옥 #문화유산 #문화재수리기술자 #국가유산수리기술자 #국가유산 #한옥목수 by @jihoon.hani
0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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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 일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자세히 봐야 할 공간이나 건물들도 여유롭게 볼 시간이 없다. 

순천에서 지낸 지가 이제 두 달 정도 되어가는데 정말 살기 좋은 도시다. 어느 식당을 가든 맛있다. by @jihoon.hani
4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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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수리법에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있다. 

문화재가 하자라니… 재료가 기성품이 아닌데 하지라니.. 일반건축의 기준을 문화재에 적용한다는 논리가 맞는지 모르겠다. 

참 답답하다. by @jihoon.hani
1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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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몰랐을걸 알고 있었다. 얘기를 했었다. 누나는 별로 슬프지 않을 거라 했다. 그냥 잘 보내줄 거라고 했고 동네방네 떠들지도 않을 거라 했다. 그냥 기억 속 한편이 될 거라고. 사람들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지금쯤 가을맞이 여행을 가셨을 것 같다. 아마 그 건물이 허물어져가는 걸 보기 싫어서라도 어딘가 가셨겠지. 

'꽃'은 꽤나 오래된 술집이었다. 97년도에 생겼으니 25년 가까이 된 곳이었다. 나에게는 술집이라기 보다 그 공간 '꽃'이라는 어떤 대상이었다. 홍대 앞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서의 술집이 아니라 그냥 '꽃'이 거기 있었다. 비교 군이 없었다. 비교할 대상이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자주 가지도 않았고.. 보고 싶으면 갔다. 

대학을 홍대로 간다 하니 친누나가 '꽃'에 가보라고 했다. "너 그때 부천 시청 Pifan 무대에서 본 가수가 거기 사장님이야"라고 했었나? 지금도 레게를 좋아하지만 그때 19살 때 밥말리를 정말 많이 들었었다. 그렇게 그 술집에 발을 들였고 10년 넘게 가는 술집이 되었다. 거기는 좋아하는 사람이나 날 좋아하게끔 만들고 싶은 사람들만 데리고 갔었다. 위치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있으니까. 데리고 갔다. 굳이 그 분위기가 맘에 안 든다는 사람은 다시 가자고 하지는 않았다. 그냥 다른 곳에 갔다. 썸타거나 연애 중 꼭 한 번은 가게 했던 곳이었다. 

뭐 내 추억이 그리 중요한가? 원래 좋아하는 가게는 그렇게 없어지고 다른 걸로 채워진다. 

변하고 바뀌는 건 당연한 거니까. 

하... 근데 서울 가서 가고 싶은 술집이 다 사라지면 어쩌나. OB베어 노가리 양념 존맛탱이었는데... 

술꾼이 술집 따지는 게 대수랴. 그래도 좀 씁쓸하다. 

그 바닥, 향냄새, 덕지덕지 붙어있는 벽, 테이블, bar, 알맹이만 있는 스피커, 그리고 주인장까지. 

​

누나가 그랬다. 부산에서 서울 왔다가 '꽃'에 들렀는데 없어져 있으면 그냥 사라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달라고. 잘 보내주고 기억해 주면 된다 했다. 

그럼 됐다.
—————————

사라지는 줄 ㅎㅎㅎ by @jihoon.hani
17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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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서울 여행 끝 by @jihoon.hani
0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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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일동 평화아파트. 

머리 자르고 나오는 길 골목 사이에 보이던 오래된 아파트. 

#평화아파트 #아파트 #골목길 by @jihoon.hani
0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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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개월 고생했다고… by @jihoon.hani
4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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