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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글쟁이📝
'우울을 연마하다', '연필로 그린 마음' 저자.
필명 - 윤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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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6.10.17일의 편지 & 두번째 책
#소통 #1일1글 #팔로우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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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6.10.16일의 편지 & 두번째 책
#소통 #1일1글 #팔로우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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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19편 - 《창밖으로 흘러간 이름들》

기차는 밤의 가장자리를 달렸다.

창밖으로
이름 모를 도시들이 지나갔고,

젖은 유리창에는
수많은 불빛이 번졌다.

어떤 불빛은 오래 머물렀고,
어떤 불빛은 눈을 깜빡이는 사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사람을 생각했다.

우리의 삶을 지나간
수많은 이름들.

한때는 매일 부르던 이름이
어느 날부터 낯설어지고,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던 얼굴이
시간의 안개 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지는 일.

이상하게도
그날은 슬프지 않았다.

기억이 흐려진다는 것이
그 시간이 소중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기차가 작은 역을 지나갔다.

플랫폼에는
노란 조명 하나가 켜져 있었고,

누군가 벤치에 앉아
늦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이름도,
기다리는 이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쩐지
오래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던 사람.

떠나는 뒷모습 앞에서
다음 계절을 두려워했던 사람.

그리고 결국
혼자서도 다시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했던 사람.

나는 창문에 손을 가져갔다.

차가운 유리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흘렀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사람을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머물던 시간을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어떤 이름은
첫사랑의 계절에 남고,

어떤 이름은
비 내리던 골목에 남으며,

또 어떤 이름은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끝에서
문득 마음을 두드린다.

그렇게 기억은
서로 다른 장소에
작은 불빛처럼 남아 있었다.

기차 안에서는
낮은 안내 방송이 흘렀다.

다음 역을 알리는 목소리.

나는 고개를 들었다.

처음 듣는 역의 이름이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설렜다.

한때는
익숙한 이름만을 사랑했다.

돌아갈 수 있는 거리와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미 알고 있는 풍경 속에서만
안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모르는 이름에도
아름다운 시간이 숨어 있을 것 같았다.

아직 걷지 않은 골목에도
언젠가 그리워할 저녁이 있을 것 같았다.

창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유리를 타고
길고 가느다란 선을 그었다.

나는 그 선을 바라보며
오래전의 너를 떠올렸다.

아주 잠깐.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너는 이제
내가 돌아가야 할 장소가 아니라,

한때 지나왔던
아름다운 역의 이름 같았다.

그곳에서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떠나보내는 아픔을 알았으며,

끝내 다시 출발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기차가 터널로 들어갔다.

창밖의 도시가 사라지고
유리에는 내 얼굴이 비쳤다.

나는 한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지쳐 있었고,
조금은 낯설었지만,

오래전보다
훨씬 편안한 표정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수많은 이름을 지나왔지만
끝내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고.

나는 그 사실을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터널이 끝났다.

창밖으로
새로운 도시의 불빛이 펼쳐졌다.

강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늦은 밤까지 켜진 창문들,

그리고 비에 젖은
낯선 거리의 풍경.

나는 처음으로
그 도시의 이름을 궁금해했다.

어쩌면 언젠가
이곳에서도 누군가를 만나고,

오늘의 밤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때의 나는
또 다른 이름들을 마음에 품고 있겠지.

그리고 그 이름들 사이에서
조금 더 깊어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기차는 속도를 늦추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지나간 이름들이
나를 과거에 남겨 둔 것이 아니라,

그 이름들을 지나왔기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플랫폼의 불빛이 가까워졌다.

문이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챙겨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에는 여전히
빗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빗물 너머로

아직 아무도 부르지 않은
나의 새로운 시간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을 향해

조용히
한 걸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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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6.10.15일의 편지 & 두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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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18편 - 《시간이 머무는 플랫폼》

《시간이 머무는 플랫폼》

― 시간과 도시, 비와 기억 : 18편

도시의 끝에서
작은 기차역을 발견했다.

오래된 시계는
저녁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플랫폼 끝에는
낮에 내린 비가
아직 마르지 않은 채 고여 있었다.

나는 아무 열차도 기다리지 않으면서
그곳에 한참 서 있었다.

철길 위로 바람이 불었다.

녹슨 레일의 냄새와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가 섞여 흘렀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플랫폼 위에서 보냈을까.

누군가를 기다리며,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끝내 도착하지 않는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한때 나에게 모든 역은
이별의 장소였다.

문이 닫히는 순간과
멀어지는 창문,

손을 흔들던 사람의 얼굴이
점점 작아지는 풍경.

그런 것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떠나는 열차를 싫어했다.

누군가를 데려가는 것들은
언제나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건너편 플랫폼으로
한 대의 열차가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내렸다.

누군가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보며 웃었으며,

누군가는 기다리던 사람을 발견하고
서둘러 달려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같은 역에서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고,

또 누군가는
처음 보는 도시를 만나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기차역은
이별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과
도착하는 사람의 첫걸음이

같은 시간 위에
나란히 놓이는 장소였다.

어쩌면 삶도
그와 닮았을 것이다.

내게는 끝이었던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이었고,

오래도록 슬퍼했던 계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벤치에 앉았다.

머리 위 전광판에서는
도착과 출발을 알리는 글자들이
번갈아 빛나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문득 오래전의 네가 떠올랐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날.

나는 네가 떠나는 것만 보느라
그 뒤에 남겨진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날 이후에도
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는데,

나는 한참 동안
멈춰 있는 사람처럼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의 떠남이
나의 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열차가 떠난 뒤에도
플랫폼에는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도
시계는 다음 시간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른 열차가 도착한다.

저녁빛이 조금씩 옅어졌다.

플랫폼 지붕 아래로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물방울 하나가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오래전이었다면
이 비를 너의 이름으로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저녁의 비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 역에 내리는,
오늘의 비.

멀리서 다시
기적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디론가 서둘러 떠나지도 않았다.

그저 플랫폼 끝에 서서
다가오는 열차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작은 빛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나는 문득 웃었다.

시간은
떠나는 것만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다시 도착하는 것,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순간에도
기꺼이 다음 시간을 맞이하는 법을
조금씩 알려 주고 있었다.

열차가 천천히 멈췄다.

문이 열렸다.

나는 잠시
그 안의 따뜻한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걸음 내디뎠다.

어디까지 가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모든 여행이
목적지를 알고 시작되는 것은 아니니까.

창가에 앉자
빗방울이 유리를 타고 흘렀다.

플랫폼의 불빛이
조금씩 뒤로 멀어졌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끝은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가지만,

어떤 끝은
비로소 다음 문을
열어 주기도 한다고.

기차는 어둠 속으로 달렸다.

창밖에는
아직 가 보지 않은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떠나온 곳을 세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역의 이름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날 처음,

시간이 나를 데려가는 곳이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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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6.10.14일의 폄지 & 두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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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6.10.13일의 편지 & 두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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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17편 - 《도시의 끝에서 만난 바람》

도시의 끝에는
생각보다 넓은 하늘이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낮아지고,
복잡한 신호등이 사라지는 곳.

나는 오래된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어제 내린 비가
풀잎 끝에 매달려 있었고,

바람은 젖은 흙냄새를 데리고 와
내 어깨를 가만히 스쳤다.

이상하게도
그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서둘러야 할 약속도,
놓치면 안 되는 막차도,

누군가를 기다리던
오래된 정류장도 없었다.

그저 바람이 불었고
나는 그 바람 속에 서 있었다.

문득 돌아보았다.

멀리 도시가 보였다.

수많은 창문과
서로 다른 높이의 건물들,

밤마다 불을 밝히던 거리와
비가 내릴 때마다
너를 떠올리게 했던 골목들.

그곳에는
참 많은 내가 살고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던 나.

떠나가는 사람을
끝내 붙잡지 못했던 나.

기억을 잃을까 두려워
같은 거리를 몇 번이고 걷던 나.

그리고 어느 날부터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한 나.

나는 그 모든 시간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어느 하나 미워지지 않았다.

아팠던 날도,
외로웠던 밤도,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혼자 울었던 새벽까지.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으니까.

바람이 조금 세게 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오래전 네가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잠깐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소리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도록 두었다.

바람은
누군가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기억도
언제까지나 슬픔의 이름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눈을 떴다.

구름 사이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내려왔다.

젖은 풀밭 위에
작은 빛들이 흩어졌다.

그 순간 알았다.

도시의 끝에 도착했다고 해서
내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곳에서부터
처음 보는 길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한때는
그 사진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사진을 다시 접어
조심스럽게 넣었다.

버릴 필요는 없었다.

소중했던 시간을
소중했던 그대로 두는 것도
하나의 작별이었으니까.

해가 기울었다.

도시는 멀리서
하나둘 불을 켜기 시작했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언젠가 다시
저 거리로 돌아갈 것이다.

비가 내리는 밤에도,
눈이 쌓이는 겨울에도,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날에도.

하지만 그때의 나는
과거를 찾으러 가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곳을 걷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몸을 돌렸다.

앞에는
아직 이름을 모르는 길이 있었다.

바람이 그 길을 따라 불었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길을 잃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성장한다는 것은
모든 길을 아는 일이 아니라,

모르는 길 앞에서도
다시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렸다.

도시는 조금씩
저녁 속으로 잠겨 갔다.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지나온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아직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시간은 나를
어딘가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 아니라,
마침내 나 자신에게
도착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바람이 불었다.

나는 그 바람을 따라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무언가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기억하게 될
수많은 날들을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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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6.10.12일의 편지 & 두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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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926.10.11일의 편지 & 두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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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16편 - 《아직 마르지 않은 내일》

밤새 내린 비가
새벽의 가장자리에서 멈추었다.

도시는 아직 젖어 있었고,
가로등 아래 고인 물에는
어제의 불빛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른 아침의 거리를 걸었다.

구두 끝에 닿는 물기와
차가운 공기의 냄새,
어디선가 들려오는 첫차의 소리.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설었다.

어제와 같은 거리인데
어제와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시간은 늘 그렇게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마음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다.

한때 나는
내일이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너와의 기억이 조금씩 멀어지고,

언젠가는
우리가 함께했던 계절마저
희미해질 것 같아서.

그래서 오래도록
어제의 문턱에 서 있었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기다리며,
끝나 버린 이야기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일이 온다고 해서
어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비가 그친 뒤에도
거리에는 물기가 남고,

해가 떠오른 뒤에도
밤의 온도가 잠시 머무는 것처럼.

지나간 시간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드는 것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멈추었다.

붉은 신호등 아래
작은 웅덩이가 하나 있었다.

그 안에는
아직 켜지지 않은 아침의 하늘이
희미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한참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미래도
저 물웅덩이와 닮았을 것이다.

아직 무엇이 비칠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어떤 풍경이든
담아낼 수 있는 것.

신호가 바뀌었다.

나는 천천히 길을 건넜다.

발끝에서 물방울이 튀었고,
햇빛이 건물 사이로 내려왔다.

그 순간 문득
오래전의 네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
작게 인사했다.

잘 지내.

그리고 나도
잘 지내 볼게.

바람이 불었다.

젖은 나뭇잎에서
마지막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제는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그 위로 새로운 하루가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나는 웃었다.

모든 것을 잊어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아직 마르지 않은 기억을 품고도

충분히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도시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처음으로 내일을 기다렸다.

무언가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아직 만나지 못한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작고 따뜻한 믿음으로.

그리고 생각했다.

내일이란
어제를 지우고 오는 시간이 아니라,
어제를 품은 우리가
처음으로 살아갈 시간이라고.

그날의 비는 멈추었지만,

내 안에서는
아직 마르지 않은 내일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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