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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보면 세상에는 소음이 참 많다. 대체로 그런 것들은 사람이 자신으로 있을 시간을 빼앗는다. 온갖 불안들, 부러움, 시기와 질투, 경외감, 존경, 비난과 뒷담화들, 지치지도 않고 싸울 뿐인 모든 것들. 그럴 때면 나는 그 소음에 일조하지 않는가, 생각할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 남들은…. 하면서 느낀 결정과 실수들. 옳은 것과 그른 것. 참된 것과 아닌 것. 결과적으로 사람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달라지는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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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했다. 최근에 내가 본 가장 순수한 것이 무엇이었나. 동시에 순수라는 단어의 (이제는) 겸연쩍은 발음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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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September 18, 2026

#YourBoyhoodEssay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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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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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말과 글이 쉽게 ’생성‘되는 시대에는 어쩌면 쓸모라는 개념이 조금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경험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대체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그 안에 사람의 경험이 남아 있는 것들. 거대한 논제와 난제들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쪽에 치우치더라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세밀하게 묘사하기 어려운.

책장의 책을 빼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한 두꺼운 잡지들이 쓰러지는 바람에, 꽤 오랜 시간 곁에 있던 하얗고 빨갛고 오렌지빛도 조금 돌던 꽃병을 깨트렸다. 공간을 울리는 커다란 마찰음이 났다. 한 손에 두꺼운 사진집을 쥔 채 앗 하는 단말마만 내지른 채 바라보았다. 

살면서 몇 번이고 유리를 깼다. 잘 쓰던 전자레인지용 식기 같은 것부터. 깨지는 물건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도자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로 든 생각은 외국을 건너온 깨진 공예품 대신 다음에는 한국에서 만든 걸 사보자는 마음이었다. 꽃에 관해서는 부지런하지도, 열렬하게 관심을 두지도 않는데 주섬주섬 몇 개인가 모았다. 

쓸모가 있으면서도, 없다. 그런 것들이 조금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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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September 29, 2026

#YourBoyhoodEssay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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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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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원래 하던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함께 하는 감각으로 지내는데, 텍스고라운드 TEXGOROUND®의 이커머스 웹사이트를 개편하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로 TGR® 포켓 쇼룸 Pocket Showroom을 만들어보았다.

모든 게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가는 시대라고는 해도, 옷은 여전히 사람이 입기에 오프라인 쇼룸의 역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도 이커머스 웹사이트가 있지만, 실제로 운영하며 보니 (완성된 옷과는 달리) 원단은 직접 보고 구매하는 분들이 훨씬 많고, 이커머스는 가격 부담이 적은 원단 스와치를 간편하게 받아보는 용도로 쓰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중간 연결 고리라고나 할까, 하는 느낌으로 ’이커머스‘ 개편은 잠시 미뤄두고 텍스고라운드의 쇼룸과 원단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은 온라인/모바일 공간 안에서 놀고, 팁도 얻는 무언가를 시험 삼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TGR® Pocket Showroom은 게임 요소를 가미한 온라인 쇼룸이다. 개인 아바타를 만들고, TGR® 쇼룸을 탐험하고, 실제로 판매하는 원단을 골라서 다양한 옷을 지어 입을 수 있다. 예전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자기 방을 갖는 구조도 더했다. 추가로 원단에 관한 400종의 퀴즈가 12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소재와 원단부터 세탁까지 48개의 소주제를 담은 ’소재 포켓북‘도 있다 (실제로 자기 폰에서 정보도 찾고 공부도 할 수 있게). 플레이한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용한 브라우저에 저장되는데, 별도 세이브 코드를 입력하면 다른 브라우저, 그러니까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다가 아이폰으로 이어서 저장할 수도 있다 (기술적 한계가 좀 있답니다).

아직도 자잘한 버그는 잡고 있다. 그러나 꼭 패션 디자이너가 직업이 아니어도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현재 버전이 최종은 아니고 조금씩 더 바뀌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단 해본 사람들은) 꽤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피드백도 환영합니다.

https://pocketshowroom.texgoround.shop
@texgoround taken in Texgoround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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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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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주 콜 Teju Cole의 <오픈 시티 Open City>라는 소설을 몇 달째 아주 틈틈이 읽는다. 서촌의 어느 커다란 2층 서점 겸 카페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집과 함께 골랐다. 이 사람을 사진가로 알고 있었고 몇 권이나 소설을 쓴 줄은 몰랐다. 낯이 익은 이름, 소설의 시작 전 아마도 작가가 직접 찍은 듯한 몇 장의 뉴욕 사진, 쓱 살펴본 이야기가 주인공의 산책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끌렸다. 그러나 도무지 몰입하여 읽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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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속도가 지지부진하던 어느 날인가 리디북스에 검색해 보았고 뜻밖에 전자책으로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틈틈이‘ 전자책으로 읽는 중이다. 540여 쪽 중 고작 50여 쪽까지 왔는데, 뭐랄까, 눈으로 좇는 글자가 상상의 영역으로 침투하는 것을 자각하며 패이지를 넘긴다. 올해 안에는 다 읽었으면 합니다.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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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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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있을 때 하늘과 바람은 완벽했으나 햇볕이 따가웠다. 그러나 숨이 막히던 8월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구름 없이 해가 예쁘게 졌다.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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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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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주 실장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Version 0: Prototype> 전시는 그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완성된 작품과 그 이전 단계를 물리적으로 나눈 층위에서 보여주는데, 다른 작가님들의 작업들도 좋았으나 이 곤충 작업들이 멋졌다.

1층의 (적어도 한국에선) 희귀한 곤충들의 박제를 보고는 어릴 때, 그러니까 아주 어릴 때 보았던 과학 도감과 산등성이와 작은 소도시를 뛰어놀던 때가 잠시 떠올랐다. 2층의 완성본들은 뭐랄까, 집념 같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시대에 손으로 하는 작업만의 경이로운 시간이 있었다. 매우 응집한 채로 섬세하게.

음악이 꺼지고 사람들이 나간 후에도 이 작업들이 오래도록 생각났다. 추상의 시대에 명료하게 한 지점을 파고드는 작업이 주는 역설이란 게 있지 않은가 했다. 

@caizhudaizo 
@nikeseoul taken in Seoul National University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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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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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생각하면서 못하는 일은 잘 버리는 건데, 버린다고 하면 꼭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같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이미 충만한 온갖 물건들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거나, 순환시키는 일이다. 아직 무더웠던 7월의 어느 주말에는 작정하고 온갖 카메라 렌즈들을 위탁 판매하는 가게에 넘겼다. 몇 주 지나자 그중 대다수가 팔렸고, 이후 75mm 렌즈와 아직도 가지고 있던 라이카 M10용 가죽 케이스가 팔렸다. 

휙 하고 충동적으로 산 것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름대로) 무언가 살 때는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민하기에 그냥 ‘물건’인 건 아닌데, OWWN @owwn.life이라는 작은 프로젝트이자 온라인 잡지를 만들고는 내내 그 ‘버리는 것들’ 혹은 ‘이제 보내도 되는 것들’을 생각했다.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구구절절한다기보다는, 짧은 기록으로 꾸준히 남기며 안녕, 하는 그런 감각으로. 

다른 사람들 역시 놓아도 그만인데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나둘 주섬주섬 수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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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Mon, September 07, 2026

#YourBoyhoodEssay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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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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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스라운지 (JO‘S LOUNGE) 26년도 봄/여름 캠페인을 만들면서 나 역시 그 일부로 참여했는데, 그때 정리한 글.

다른 것들은 그렇다고 쳐도 글은 아마도 계속 쓰지 않을까.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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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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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때문에 찾게 된 예전 사진첩에서 발견한 것들.

1996년의 <i-D> 매거진은 헬무트 랑 Helmut Lang 벨트를 머천다이즈로 만들었다. 지금 잡지들도 비슷한 일을 가끔 하겠지만, 솔직히 이건 좀 어나더 레벨 아닌가 싶습니다. 소개하거나 유가 광고를 받는 게 아니라 뭔가 이 문화 자체에 참여한 느낌이 듬뿍.

두 번째는 이름 모를 한국 과거 잡지의 비누 광고인데, 저 ‘BORY’ 모자…. 환상적이다. 심지어 인삼 비누.

@i_d 
@h_lang_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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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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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SSENSE.com에 (현지 덕분에) 글을 쓰고, 그때 올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동묘 사진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사진들이 무슨 밈처럼 들불처럼 번져 나간 후, 여전히 외국 매체들 (확실치 않음)이 주기적으로 퍼다 올리는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사진을 찾다가 그때 올리지 않은 사진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뭐랄까, 지금은 기술도, 적어도 내 카메라도 훨씬 더 좋아졌는데 어떤 것들은 타이밍이란 게 실재하는 것 같다. 내 사무실에서 동묘는 멀지 않다.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곳에 드나들던 시절은 적어도 내게는 끝이 났다. 동묘 기준으로 세련된 빈티지 옷 가게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멋진 스트리트 스냅을 다시 찍고, 뭔가 식었다. 사실 요즘은 옷도 거의 사지 않는다. 

그러나 왜 그 할아버지들이 그때 내 시선을 강탈했는가, 지금도 분명히 알고 있다. 가령 요즘 아주 뜨거운 디자이너들의 쇼나 프레젠테이션이나 컬렉션 프리뷰에 가면 정말로 개성 넘치고 멋진 (이제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 있지만, 나는 동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그 어떤 것들을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 당시 수천 장은 찍었던 - 거리 패션 사진을 찍듯이 말을 걸었다가 거절을 넘어서 화를 내시는 모습에 ’아, 그럼 뒷모습만‘이라는 느낌으로 틈틈이 남겼다. 디자이너가 어떻고, 실루엣이 어떻게 변하고, 이커머스와 AI가 어쩌고 하는 것들이 적어도 그곳에는 없었다. 그들은 말하자면 자유로워 보였다. 

오래전의 나와는 다른 의미로 여전히 나는 옷을 매개로 창작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람이라서, 그들이 그렇듯이 어떤 때는 열광하고 어떤 때는 실망도 한다. 대체로 그 안에는 어떤 애정과 응원 비슷한 것이 있다. 글로벌 전략이 어쩌니 이야기하고 어제의 뉴 블랙이 내일의 과거가 되는 사이에 여전히 중요한 것들은 딱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남았든가 아니면 조용히 숨을 쉬며 명맥을 잇는다. 그것이 한때의 열광이든 빠른 유행이든 딱히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또 어느 정도는 이어지는 것들을 보려고 한다. 그사이 가능한 꼰대가 되지 않으면서. 영원함 같은 단어의 무책임함을 곱씹고, 또 받아들이면서. 

#GrandfatherGrandmother
#Dongmyo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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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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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최근에 무슨 일 때문에 한 10년, 아니 지금이 2026년이니까 거의 18년에서 19년 정도 전 어느 유명한 디자이너 컬렉션 자료를 찾으려고 했다. 일단 구글은 원하는 결과를 주지 못하였고, 그 시점에 탐색은 거의 끝났다. 디자이너의 홈페이지에는 지금으로부터 채 10년이 되지 않은 자료만 남았다. 당시의 책이나 저장했던 초 저해상 사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그 정도로 찾아야 할 건 아니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이 빠르게 흐른다. 과거를 붙잡거나 돌아볼 시간이 없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2000년대 초반 한국 패션을 모아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 흥미로워 하면서 잊었다. 과거는 더 빠르게 과거가 되고, 모두가 카메라를 갖고 있으나 생각보다 성실한 기록은 적으며, 사람들은 (아주 유명하여, 20년 전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의 리바이벌 정도가 아닌 이상) 별로 관심이 없다. 지난 것들에는. 마찬가지고. 나도. 

밤에 한숨 돌리면서, 제목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음악을 찾아냈다. 두어 번 듣다가 어쿠스틱 버전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더 들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기억이 났다. 수십 번의 스크롤을 넘긴 아이클라우드 사진첩에 기념사진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사실 취향이 아닌 쪽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내가 변한 건지. 음악이 변한 건지. 둘 다라고 해도 자연스럽긴 하다. 

그냥 잊은 게 좀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되지 않겠지만 틈틈이 생각날 때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저런 것에 관해 쓴 글이든, 사진이든, 기록이든.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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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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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흑백 사진만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서울을 산책하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계기는 여전히 구매가 치열한 GR IV의 어느 온라인 판매 시작날, ’설마 결제가 되겠어?‘ 하며 (덜컥) 사게 된 리코 Ricoh GR IV 모노크롬이었다. 28mm 화각은 뭐랄까, 참 안 맞는다고 생각했고 가격도 정가를 다 주고 사기에는 좀 저항이 격렬했으나 궁금함이 조금 더 앞섰다. 그리고 주머니에 카메라를 주섬주섬 넣고 몇 달 다녀보니, 이 카메라는 확실히 매력이 있다. 아주 미묘하게.

아예 컬러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건 제약인 동시에 즐거움인데, 사진에서 색채를 뺀다고 갑자기 작품이 될 일은 없으나, 뭔가 귀찮은 지점이 하나 사라진다고나 할까. 빛과 구도만 봅니다, 이런 수준은 아니지만 노이즈와 고감도 문제 같은 것에 개의치 않게 된 건 맞았다. 그러고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지 한 5년 정도 되었을 라이카 Leica Q2 모노크롬까지 손에 넣게 (...)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라이카의 카메라 중에는 역시 M 시리즈가 아주 단단하고, 간결하며, 배터리를 넣고 빼는 곳까지 신경 쓴 거의 유일한 카메라로서 찍는 손맛이 강한 것은 분명한데, 라이카의 ’모노크롬‘은 그보다 더 강렬한 예쁨이 있었다.

물론 여전히 가분수이고, 또 별로 선호하지 않는 28mm 화각은 변함이 없으나 굳이 생각하면 ’선호하는‘ 데 골몰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좋은 카메라는 들고, 나가서, 찍고 싶어지는 것이다. 좋은 옷이나 가방 혹은 필기구처럼. 행동 원리 자체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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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또 몇 달이 지난 후 여전히 종종 두 카메라를 번갈아 쓴다. 음식 사진은 몇 번 찍어보았으나 아이폰에 양보하였다. 책이나 웹에서 본 거장들의 흑백 사진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어쩐지 흑백이라고 후반 작업이 (생각만큼) 간단한 것도 아닌데, 돌이켜 보면 이 흑백 사진을 강제하는 카메라들은 ’간단하지만‘ 그만큼 ’공부‘할 필요가 생겼다. 스냅이라는 이유로 그리 신경 쓰지 않은 구도를 한 번 더 보고, 빛이 어디에 안착하는지 또 보고. 재미가 있다. 서울을 걸으며, 사라지는 것과 이상한 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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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디지털카메라들
September 03, 2026

#YourBoyhoodEssay taken in Seoul, Korea by @your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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